잡식성 책 읽기/Social Science 4

경제관료의 시대 (홍제환)

경제관료의 시대 (홍제환) Link 일단 평점부터 주고 시작하자. 재밌고 유익하다. 별 다섯개 - 보통 책을 살 때 책이 서점에 나오고 나서 6개월 뒤에 사는 편이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알라딘에서 아마 새책을 팔았다 6개월 뒤에 바이백하는 옵션이 있는 모양이어서, 6개월 쯤 되면 많은 (거의 새 책인) 책들이 70% 정도의 가격에 중고 알라딘 서점에 뿌려진다. 읽고 싶은 책들이 있어도, 꼭 나온 직후에 정가 다 주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6개월 기다렸다가 약간 싼 값에 중고로 줍줍하는 편이다. - 근데 이 책은 제목과 목차를 보고 오 재밌겠다! 바로 읽자! 싶어서 그냥 새 책을 질러버렸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책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정책을 담당한 경제관..

칩 워 (크리스 밀러)

길었던 추석 연휴 동안 크리스 밀러의 베스트셀러 칩 워(Link)를 다 읽었다. 역시 듣던대로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매우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도, CEO도, 반도체 공학 전공자도 아닌 역사학자인 저자가 탄탄한 문헌 조사와 수많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지 궁금해졌다. 책이 짧은 챕터들 수십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가독성도 편했고, 각 챕터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한것도 뛰어났다. (생각해보니 마치 반도체 생산 공정들처럼 이렇게 일부러 챕터들을 짧게 슬라이싱한 것은 하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챕터마다 한 장 정도 분량으로 핵심만 정리하면서 읽었는데, 정..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Link 1. 김승섭 교수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은 역시 10년 전 쯤에 쓰셨던 대학원생들에게 전하는 10가지 조언(Link)이다.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오욱환 교수님의 글(Link)과 함께 그 글을 연구실 내 자리 책장에 붙여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지난 대학원 10년 동안 제대로 지킨 항목이 별로 없는 것 같다ㅠ 당시 연구자로 진로를 정한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던 글을 쓰신, 신진 보건 연구자이셨던 분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회역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셨다. 2. 김승섭 교수님의 전작들까지 통틀어 그 분이 쓴 책들을 다 읽었는데, 앞의 책들도 좋았지만 나는 이 책이 특히 더 마음에 닿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연구자로서..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2022 Link) - 연구소에 입사하고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받았다. 한일무역분쟁을 대상으로 논문을 썼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연구소가 '산업'연구원이니, 결국 내가 계속 보고 듣고 읽고 써야 할 것들은 '일본의 산업, 일본의 통상'이겠다.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받아들이는데까지 거의 반년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은 것들이 막막했는데, 하나씩 공부하고 알아 나가다 보니 이거 생각보다 흥미롭고 의미를 찾게 된다. 정리의 일본 답게 공개된 데이터, 문서들만 해도 양이 방대함에도 아직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많은 것 같다. 언어적 제약때문에 일본어에 능숙한 이들보다 시간이 좀 오래걸리는 문제는 있지만, 시간과 노력만 조금 더 들이면 못할 것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