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책 읽기 21

경제관료의 시대 (홍제환)

경제관료의 시대 (홍제환) Link 일단 평점부터 주고 시작하자. 재밌고 유익하다. 별 다섯개 - 보통 책을 살 때 책이 서점에 나오고 나서 6개월 뒤에 사는 편이다. 이유가 있는 것이, 알라딘에서 아마 새책을 팔았다 6개월 뒤에 바이백하는 옵션이 있는 모양이어서, 6개월 쯤 되면 많은 (거의 새 책인) 책들이 70% 정도의 가격에 중고 알라딘 서점에 뿌려진다. 읽고 싶은 책들이 있어도, 꼭 나온 직후에 정가 다 주고 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에, 6개월 기다렸다가 약간 싼 값에 중고로 줍줍하는 편이다. - 근데 이 책은 제목과 목차를 보고 오 재밌겠다! 바로 읽자! 싶어서 그냥 새 책을 질러버렸다. 그리고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 책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의 경제정책을 담당한 경제관..

위험한 일본 책 (박훈)

1. 일본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모으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그냥 다 사고 있는 것 같다. 일본 경제/산업을 연구하는데 참고할 책들은 거의 연구비로 사는데 (사실 연구소에서 일본 관련한 일을 맡지 않았다면 내가 일본에 대한 책을 살 일은 거의 없었을테니), 이건 내 개인 책으로 소장해야겠다 싶은 몇몇 책은 사비로 산다. 박훈 교수님의 "위험한 일본 책"도 그렇게 최근에 내돈내산한 몇 권의 일본 책 중 하나다. 2. 책은 일본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일본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가 언론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을 엮어 한 편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들이 일관성이 떨어지기 쉽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아 매우 재밌게 읽고 있다. (저자..

아시아 1945-1990 (폴 토마스 체임벌린)

아시아 1945-1990 (폴 토마스 체임벌린) Link The Cold War's Killing Fields: Rethinking The Long Peace 0. 안타깝게도 귀한 연말 휴가 기간에 회사에서 짱돌을 맞아서, 휴가 내내 책만 읽으며 쉬기는 어렵게 됐다ㅠㅠ 그래도 휴가는 휴가니까! 난 책 읽으며 보낼테다. 1. 연말 휴가동안 읽을 책으로 폴 토마스 체임벌린의 '아시아 1945-1990'를 골랐다. 연구실 책장에 꽂힌 여러 벽돌 책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두께를 자랑하기에, 이런 휴가 아니면 읽기 어려울 것 같다. 2. 흔히 냉전을 미국과 소련 양 초강대국의 대립에 집중해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여기에서 벗어나, 냉전 시기 가장 파멸적인 폭력의 장이었던 (남부) 아시아 변경에..

칩 워 (크리스 밀러)

길었던 추석 연휴 동안 크리스 밀러의 베스트셀러 칩 워(Link)를 다 읽었다. 역시 듣던대로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의 형성 과정에 대해 매우 흥미진진한 책이었다. 경제학자나 경영학자도, CEO도, 반도체 공학 전공자도 아닌 역사학자인 저자가 탄탄한 문헌 조사와 수많은 인터뷰 등을 통해 이런 훌륭한 책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놀랍다고 생각했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어느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들였을지 궁금해졌다. 책이 짧은 챕터들 수십개로 나뉘어져 있어서 가독성도 편했고, 각 챕터마다 다루고자 하는 주제가 명확한것도 뛰어났다. (생각해보니 마치 반도체 생산 공정들처럼 이렇게 일부러 챕터들을 짧게 슬라이싱한 것은 하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챕터마다 한 장 정도 분량으로 핵심만 정리하면서 읽었는데, 정..

현대 중국의 탄생 & 제국 일본의 동아시아 공간 재편과 만철조사부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한 권은 읽고 있고 한 권은 읽으려 샀다.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Link 읽고 있는 책.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중국 현대사에 대해 가장 교과서적인 책은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Link)"이지만, 최근 새로 나온 뮐한의 책이 보다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면서 좋은 평을 듣고 있기에 사서 읽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의 역사를 4부로 나눠서 서술하며, 중국 현대사를 형성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본다. 제도는 특히 몇 가지 영역, 곧 정부, 경제, 국가 주권과 안보, 자연 환경과 자원, 지성사와 관련해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고 유지, 변화, 쇠퇴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좋은 책은 서론만 읽어봐도 더 읽을 가치가 있는지,..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Link - 일단 매우 재밌다. 전쟁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 책의 저자 소개에도 나오듯 권성욱 선생은 전문적인 학술 연구자는 아니지만, 전쟁사에 대해 대단한 내공과 필력을 지닌 '역덕'이다.(Link, Link) 예전에 중일전쟁에 대해 찾아보다 블로그(Link)를 통해 알게 됐고, 이후 권성욱 선생의 책은 다 산 것 같다. 대표적인 성공한 전쟁사 마니아로, 스스로 중일전쟁과 중국군벌전쟁에 대한 저작들(Link, Link)을 썼을 뿐 아니라, (또다른 중국 군사사 전문가인) 국방대 기세찬 교수와 중일전쟁에 대한 다른 책을 번역(Link)했다. 내가 알기로 저자의 이들 저작과 번역서들이 (기존의 중국공산당 중심의 시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

기본소득, 병자호란, 글쓰기

노동절 휴일에 다음 책들을 조금씩 읽었다. 기본소득: 공상 혹은 환상 (김공회) Link - 명색이 경제학 박사라고, 가끔 경제 관련 최근 이슈들에 대해 주위에서 물을 때가 있다. 꽤 난감하다. 소득주도성장이 뭐냐, 기본소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 이러는데, 주식 어떻게 될 것 같냐, 재테크는 어떻게 할까, '나 전공이 국제무역이라 그런거는 잘 몰라 (+무역은 잘 아니? 아니...)'라고 하는 것도 좀 멋쩍다. 그래서 기본소득에 대해 사람들 하는 얘기가 뭔지는 알아볼까 싶어 한 권 읽기로 했다. 기본소득에 대한 책들이 시중에 많지만, 비주류경제학 연구자로서 저자에 대한 신뢰 딱 하나 믿고 이 책을 골라 앞부분을 조금 읽었다. 역시 '기본'소득의 개념과 역사에 대한 서술에서 '기본'에 아주 충실하다. 굿...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 (김승섭) Link 1. 김승섭 교수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글은 역시 10년 전 쯤에 쓰셨던 대학원생들에게 전하는 10가지 조언(Link)이다. 석사과정을 시작하면서 오욱환 교수님의 글(Link)과 함께 그 글을 연구실 내 자리 책장에 붙여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다시 돌아보니 지난 대학원 10년 동안 제대로 지킨 항목이 별로 없는 것 같다ㅠ 당시 연구자로 진로를 정한 대학원생들 사이에서 많이 회자되던 글을 쓰신, 신진 보건 연구자이셨던 분은 이제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사회역학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되셨다. 2. 김승섭 교수님의 전작들까지 통틀어 그 분이 쓴 책들을 다 읽었는데, 앞의 책들도 좋았지만 나는 이 책이 특히 더 마음에 닿는 부분이 많았다. 아마 연구자로서..

한국 경제사의 재해석 (김두얼)

한국 경제사의 재해석(김두얼) Link 다른 연구소에 있는 선배와 밥을 먹으면서, 경제사 연구자이신 김두얼 교수님 팟캐스트(Link)를 재밌게 듣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두얼 교수님이 누구신지는 당연히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팟캐스트를 하고 계신줄은 몰랐는데 말씀도 재밌게 하시고 내용도 인상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 흥미가 들었다. 그리고 유튜브로 그런 고급진 팟캐스트를 듣는 선배님 리스펙트 주말에 어떤 책을 읽을까 책장에 꽂힌 많은 책들을 훑다 그래서 '한국경제사의 재해석(김두얼)'을 뽑아 절반 정도 읽었다. 표지를 넘기기 전까지는 말 그대로 일제강점기 이후 한국경제사에 대한 통사일 것으로 짐작하고 뽑았건만, 정확히는 일제강점기 및 해방 이후 한국 경제의 발전을 다룬 저자의 독립적인 논문 8편을 재구..

병자호란, 중동전쟁 (임용한)

설 연휴 동안 중동전쟁 (임용한) Link 을 읽었다. 저자인 임용한 박사는 토크멘터리 전쟁사로 이름을 알린, 전쟁사 관련 저자이다. 중동전쟁에 대한 개설서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 책은 중동전쟁에 대해 '너무 깊지도 않게, 너무 얕지도 않게' 다루는, 적당한 입문서이다. 다만 책의 서술 구조가 때로는 특정 개인의 시점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대국적인 시각으로 옮겨오거나 해서 중동전쟁에 대한 별 선행지식이 없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좀 혼란스러웠다는 점, 그리고 전쟁의 배경과 큰 그림을 이해하기에 서술이 한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어떤 지점에서는 서술이 자세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어떤 부분에서는 전투/전선의 경과를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