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책 읽기/Humanities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choijeo86 2023. 7. 24. 23:30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Link

 

- 일단 매우 재밌다. 전쟁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 책의 저자 소개에도 나오듯 권성욱 선생은 전문적인 학술 연구자는 아니지만, 전쟁사에 대해 대단한 내공과 필력을 지닌 '역덕'이다.(Link, Link) 예전에 중일전쟁에 대해 찾아보다 블로그(Link)를 통해 알게 됐고, 이후 권성욱 선생의 책은 다 산 것 같다. 대표적인 성공한 전쟁사 마니아로, 스스로 중일전쟁과 중국군벌전쟁에 대한 저작들(Link, Link)을 썼을 뿐 아니라, (또다른 중국 군사사 전문가인) 국방대 기세찬 교수와 중일전쟁에 대한 다른 책을 번역(Link)했다. 내가 알기로 저자의 이들 저작과 번역서들이 (기존의 중국공산당 중심의 시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중일전쟁 중 국민당과 장제스의 역할을 다시 평가하는데 일정 역할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 별들의 흑역사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세계 전쟁사에서 패전지장들의 이야기이다. 제목을 보면서, 나라면 '똥별 이야기', '아군을 말아먹은 졸장들' 이런 '더 자극적인' 제목들을 뽑지 않았을까 잠깐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내 잠깐의 짧은 생각을 당연히 안다는 듯, 저자는 자신이 왜 이 책을 썼는지 자신의 고민들을 잘 소개했다. 좋은 집필 동기이다. Link

 

- 일본군의 무다구치 렌야, 하나야 다다시, 이탈리아군의 오레스테 바라티에리, 미군의 조지프 스틸웰, 그리고 한국군의 유재흥에 대한 부분들을 주말 동안 읽었다. 유일한 한국군 장성으로 기록된 이가 유재흥인데, 현리전투에서의 과오는 명백하지만 그럼에도 4.3 사건에서 세운 공적들, 그리고 20대-30대 젊은 장교들이 사단이나 군단을 지휘해야 했던 건군기 한국군의 사정 등을 같이 고려하면, (무참한 실책밖에는 없는 일본군 졸장들뿐인) 무다구치 렌야나 하나야 다다시 등과 같이 엮인 것이 유재흥 입장에서는 다소 억울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저자는 이러한 공과 과, 그리고 전후 사정들에 대해 충분히 잘 서술하고 있다. 

 

- 군벌전쟁-중일전쟁에 이어 마지막으로 국공내전에 대한 책을 쓰고 계신 것 같은데 나오면 국공내전에 대한 필독서가 될 것임에 분명하기에 기대가 되고 꼭 완결을 지으셨으면 좋겠다. 거꾸로 말하면 아직까지 우리 서점가에 국공내전에 대해 믿고 읽을만한 책이 그만큼 없다는 말도 된다.

 

- 마지막으로 출판사 이야기. 2년전에 한국에 들어오고서 책들을 꽤 많이 샀는데 역사 관련 출판사 중 눈에 띄는 출판사가 교유서가와 글항아리이다. 물론 교유서가는 'Very Short Introduction (VSI)' 시리즈들을 번역하고 있다는 점도 플러스 점수. 그런 교유서가에서 권성욱 선생의 책이 나온 것을 보고 좋은 출판사가 좋은 저자를 잘 알아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