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책 읽기/Humanities 12

위험한 일본 책 (박훈)

1. 일본과 관련된 책들을 많이 사모으고 있다. 특히 일본 경제/산업과 관련이 있다 싶으면 그냥 다 사고 있는 것 같다. 일본 경제/산업을 연구하는데 참고할 책들은 거의 연구비로 사는데 (사실 연구소에서 일본 관련한 일을 맡지 않았다면 내가 일본에 대한 책을 살 일은 거의 없었을테니), 이건 내 개인 책으로 소장해야겠다 싶은 몇몇 책은 사비로 산다. 박훈 교수님의 "위험한 일본 책"도 그렇게 최근에 내돈내산한 몇 권의 일본 책 중 하나다. 2. 책은 일본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일본사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저자가 언론 매체들에 기고한 글들을 엮어 한 편의 책으로 만든 것이다. 보통 언론에 기고한 글들을 모은 책들이 일관성이 떨어지기 쉽지만 저자의 필력이 좋아 매우 재밌게 읽고 있다. (저자..

아시아 1945-1990 (폴 토마스 체임벌린)

아시아 1945-1990 (폴 토마스 체임벌린) Link The Cold War's Killing Fields: Rethinking The Long Peace 0. 안타깝게도 귀한 연말 휴가 기간에 회사에서 짱돌을 맞아서, 휴가 내내 책만 읽으며 쉬기는 어렵게 됐다ㅠㅠ 그래도 휴가는 휴가니까! 난 책 읽으며 보낼테다. 1. 연말 휴가동안 읽을 책으로 폴 토마스 체임벌린의 '아시아 1945-1990'를 골랐다. 연구실 책장에 꽂힌 여러 벽돌 책 중에서도 가장 압도적(...)인 두께를 자랑하기에, 이런 휴가 아니면 읽기 어려울 것 같다. 2. 흔히 냉전을 미국과 소련 양 초강대국의 대립에 집중해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여기에서 벗어나, 냉전 시기 가장 파멸적인 폭력의 장이었던 (남부) 아시아 변경에..

현대 중국의 탄생 & 제국 일본의 동아시아 공간 재편과 만철조사부

두 권의 책을 읽고 있다. 아니, 정확히는 한 권은 읽고 있고 한 권은 읽으려 샀다.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Link 읽고 있는 책. 내가 알기로 지금까지 중국 현대사에 대해 가장 교과서적인 책은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Link)"이지만, 최근 새로 나온 뮐한의 책이 보다 최신 연구 성과들을 반영하면서 좋은 평을 듣고 있기에 사서 읽고 있다. 이 책은 현대 중국의 역사를 4부로 나눠서 서술하며, 중국 현대사를 형성하는 '제도'를 중심으로 역사의 흐름을 바라본다. 제도는 특히 몇 가지 영역, 곧 정부, 경제, 국가 주권과 안보, 자연 환경과 자원, 지성사와 관련해 어떻게 제도가 형성되고 유지, 변화, 쇠퇴했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좋은 책은 서론만 읽어봐도 더 읽을 가치가 있는지,..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별들의 흑역사 (권성욱) Link - 일단 매우 재밌다. 전쟁사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아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 - 책의 저자 소개에도 나오듯 권성욱 선생은 전문적인 학술 연구자는 아니지만, 전쟁사에 대해 대단한 내공과 필력을 지닌 '역덕'이다.(Link, Link) 예전에 중일전쟁에 대해 찾아보다 블로그(Link)를 통해 알게 됐고, 이후 권성욱 선생의 책은 다 산 것 같다. 대표적인 성공한 전쟁사 마니아로, 스스로 중일전쟁과 중국군벌전쟁에 대한 저작들(Link, Link)을 썼을 뿐 아니라, (또다른 중국 군사사 전문가인) 국방대 기세찬 교수와 중일전쟁에 대한 다른 책을 번역(Link)했다. 내가 알기로 저자의 이들 저작과 번역서들이 (기존의 중국공산당 중심의 시각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던) ..

병자호란, 중동전쟁 (임용한)

설 연휴 동안 중동전쟁 (임용한) Link 을 읽었다. 저자인 임용한 박사는 토크멘터리 전쟁사로 이름을 알린, 전쟁사 관련 저자이다. 중동전쟁에 대한 개설서가 많지 않은 현실에서 이 책은 중동전쟁에 대해 '너무 깊지도 않게, 너무 얕지도 않게' 다루는, 적당한 입문서이다. 다만 책의 서술 구조가 때로는 특정 개인의 시점에 집중하다가 갑자기 대국적인 시각으로 옮겨오거나 해서 중동전쟁에 대한 별 선행지식이 없는 나같은 독자들에게는 좀 혼란스러웠다는 점, 그리고 전쟁의 배경과 큰 그림을 이해하기에 서술이 한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다. 또한 어떤 지점에서는 서술이 자세하게 흐르다가 갑자기 어떤 부분에서는 전투/전선의 경과를 매우 빠르게 지나가는 부분도 있었다. 이런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현재로서..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Link 서가명강 시리즈의 하나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님이 4인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곧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에 대해 대중 강연한 것을 엮은 것이다. 쉽고 재미있게 쓰셨기 때문에 하루면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정도. 위의 네 인물에 대한 설명들도 흥미롭지만 그 외에 중간중간 몇몇 일본 문화들 (예컨대 타성양자의 문화라든지, 신분제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할복에 대한 인식이라든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 내지 개인적 견해들을 보는 것도 재미지다. PS. 일본(일본 현대사)에 대한 책들을 몇 개 모아 보았다. 앞으로 시간 날 때 마다 읽어봐야겠다.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석기용 번역) Link 요새 퇴근하고서, 혹은 휴일에 시간날 때 강유원 선생의 강의를 듣거나,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최순영 선생의 러셀 서양철학사 강독(Link)을 조금씩 들으며 책들을 몇 권 읽고 있다. (강유원 선생이 15년 넘게 하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다양한 강독들은 수준도 높고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쌓인 분량만으로도 상당하다. 매일 하나씩 들어도 적어도 5년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세무사 분께서 강의들을 매우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두셨다. Link) 강유원 선생의 첫 강독 강의로 이사야 벌린의 '낭만주의의 뿌리(The Roots of Romanticism)'을 선택했다. 석기용 선생의 번역이 작년에 나왔기에 그 책을 원고 삼아 강의..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Link 설 연휴 중에 거의 다 읽은 책.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서문에 써 있기를, 저자가 박사를 받은 후 일본으로 박사후 과정을 가면서 '연구비 때문에' 시작한 연구였다고 한다. 이전에 신동아에서 경성제국대학에 대한 르포 기사(Link)를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으로 진학한 조선인들은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이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였고 어떻게 유학하였는지, 그리고 졸업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제국대학에서 공부한 이들 조선인들이 해방 이후 분단된 남한과 북한에서 사회적 지도층으로서 어떤 역할들을 하였는지에 대해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 일본제국이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

교감 해설 징비록

교감 해설 징비록 (류성룡 저, 김시덕 역해) 해제 - 『징비록』과 동아시아 1 『징비록』,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 - 징비록의 저자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인과관계와 상세한 진행은 물론 본인을 포함한 여러 개인의 전쟁 체험에 이르기까지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상황을 기록했다. ... 자신의 고통을 소리 높여 외치기는 쉽지만, 그 고통을 객관화 해서 모두가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그 지난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징비록"은 전근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힌 조선의 책이 되었다. - 세계사적 관점에서 "징비록"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진실되다거나 불편부당하다는데 있지 않다. ... 이처럼 인간적인 측면까지 포함해서 류..

스페인 내전

2021.10.31 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Link 11월에는 스페인내전, 그리고 중일전쟁에 관한 책들을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김시덕 역 교감 해설 징비록도. ======================================================== 서문 - 생텍쥐페리는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936년 시작된 스페인의 비극은 그 이상이었다. -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정치세력이 서로 상대편을 종말론적으로까지는 아니라도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이미지를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키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내포된 분역적 성격이 형제들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