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책 읽기 21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지금 다시, 일본 정독 (이창민, 2022 Link) - 연구소에 입사하고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받았다. 한일무역분쟁을 대상으로 논문을 썼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연구소가 '산업'연구원이니, 결국 내가 계속 보고 듣고 읽고 써야 할 것들은 '일본의 산업, 일본의 통상'이겠다. 일본이라는 키워드를 받아들이는데까지 거의 반년 조금 더 걸린 것 같다. 처음에는 많은 것들이 막막했는데, 하나씩 공부하고 알아 나가다 보니 이거 생각보다 흥미롭고 의미를 찾게 된다. 정리의 일본 답게 공개된 데이터, 문서들만 해도 양이 방대함에도 아직 한국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내용도 많은 것 같다. 언어적 제약때문에 일본어에 능숙한 이들보다 시간이 좀 오래걸리는 문제는 있지만, 시간과 노력만 조금 더 들이면 못할 것도 없다. ..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박훈) Link 서가명강 시리즈의 하나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박훈 교수님이 4인의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곧 요시다 쇼인, 사카모토 료마, 사이고 다카모리, 오쿠보 도시미치에 대해 대중 강연한 것을 엮은 것이다. 쉽고 재미있게 쓰셨기 때문에 하루면 금방 다 읽을 수 있을 정도. 위의 네 인물에 대한 설명들도 흥미롭지만 그 외에 중간중간 몇몇 일본 문화들 (예컨대 타성양자의 문화라든지, 신분제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할복에 대한 인식이라든지)에 대한 저자의 설명 내지 개인적 견해들을 보는 것도 재미지다. PS. 일본(일본 현대사)에 대한 책들을 몇 개 모아 보았다. 앞으로 시간 날 때 마다 읽어봐야겠다. 메이지 유신을 설계한 최후의 사무라이들 (..

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낭만주의의 뿌리 (이사야 벌린, 석기용 번역) Link 요새 퇴근하고서, 혹은 휴일에 시간날 때 강유원 선생의 강의를 듣거나, 대안연구공동체에서 진행하는 최순영 선생의 러셀 서양철학사 강독(Link)을 조금씩 들으며 책들을 몇 권 읽고 있다. (강유원 선생이 15년 넘게 하신, 지금도 현재 진행형인 다양한 강독들은 수준도 높고 재미도 있지만, 무엇보다 지금까지 쌓인 분량만으로도 상당하다. 매일 하나씩 들어도 적어도 5년은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어느 세무사 분께서 강의들을 매우 체계적으로 잘 정리해 두셨다. Link) 강유원 선생의 첫 강독 강의로 이사야 벌린의 '낭만주의의 뿌리(The Roots of Romanticism)'을 선택했다. 석기용 선생의 번역이 작년에 나왔기에 그 책을 원고 삼아 강의..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제국대학의 조센징 (정종현) Link 설 연휴 중에 거의 다 읽은 책. 흥미로운 내용이 많아 쉽게 읽을 수 있었다. 서문에 써 있기를, 저자가 박사를 받은 후 일본으로 박사후 과정을 가면서 '연구비 때문에' 시작한 연구였다고 한다. 이전에 신동아에서 경성제국대학에 대한 르포 기사(Link)를 재밌게 읽은 적이 있었다. 이 책에서는 일본 본토의 제국대학으로 진학한 조선인들은 어떤 배경을 가진 이들이었으며 어떤 생각을 하였고 어떻게 유학하였는지, 그리고 졸업 이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자세하게 보여준다. 마지막에는 제국대학에서 공부한 이들 조선인들이 해방 이후 분단된 남한과 북한에서 사회적 지도층으로서 어떤 역할들을 하였는지에 대해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 일본제국이 엘리트 양성을 위한 고등교육기관..

헤아려 본 슬픔

2021.11.30 헤아려 본 슬픔 (C.S.Lewis) Link 내키는대로, 대중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은 만큼, 책들을 읽고 있다. 굳이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 없다. 읽기 시작한 책을 기간 내에 다 읽어야 하는 숙제도 없다. 다만, 마치 헌책방의 중고책 "수학의 정석"들이 대개 집합론 부분만 손때가 묻어 있듯, 계속 책들을 앞에만 좀 읽고 던져 두지는 말아야겠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책 읽은체 하는데는 문제 없다. 어제 H 박사님이 (교회다니시는 독실한 분이시다.) 내 연구실에 놀러 오셔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함께 훑다가 C.S.루이스의 책들을 보시고는 잠시 이 책, '헤아려 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서 무얼 좀 읽어..

교감 해설 징비록

교감 해설 징비록 (류성룡 저, 김시덕 역해) 해제 - 『징비록』과 동아시아 1 『징비록』,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 - 징비록의 저자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인과관계와 상세한 진행은 물론 본인을 포함한 여러 개인의 전쟁 체험에 이르기까지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상황을 기록했다. ... 자신의 고통을 소리 높여 외치기는 쉽지만, 그 고통을 객관화 해서 모두가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그 지난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징비록"은 전근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힌 조선의 책이 되었다. - 세계사적 관점에서 "징비록"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진실되다거나 불편부당하다는데 있지 않다. ... 이처럼 인간적인 측면까지 포함해서 류..

스페인 내전

2021.10.31 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Link 11월에는 스페인내전, 그리고 중일전쟁에 관한 책들을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김시덕 역 교감 해설 징비록도. ======================================================== 서문 - 생텍쥐페리는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936년 시작된 스페인의 비극은 그 이상이었다. -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정치세력이 서로 상대편을 종말론적으로까지는 아니라도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이미지를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키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내포된 분역적 성격이 형제들을 ..

공부하는 삶

주말에 대전에서 쇼핑하고, 세종 근교의 어느 까페를 찾았다. 고개 위의 까페라 경치는 제법 좋았으나, 경치'만' 좋았다. 사람들이 너무 북적대서 조용히 책을 읽을만한 곳은 전혀 아니었다. 두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 이번주에는 조금 더 외곽에서 조용한 곳을 찾아야겠다. 2021.09.26 - 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저/ 이재만 역) ※ 역자 이름만 믿고 산 책이다. 한문장 한문장 정말 참 "옛스럽다". 좋다는 뜻이다. 앞부분만 조금 읽어도 새길만한 문장들이 매우 많다. (물론 버릴 문장들도 적잖다. 백년 전에 쓰인 책임을 감안하자.) I부 1장. - 공부하는 삶은 금욕과 의무를 엄격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 공부하는 삶은 보상을, 그것도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공부하는 삶은 초기에 ..

교감완역 난중일기

2021.09.26 - 교감완역 난중일기(노승석 역, 2019 개정판) 임진년(1592) 정월 16일(정축)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각 관아의 벼슬아치들과 색리 등이 인사하러 왔다. 방답의 병선 군관과 색리들이 병선을 수리하지 않았기에 곤장을 쳤다. 우후와 가수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지경에 이른 것이니 해괴함을 참지 못하겠다. 자기 한 몸 살찌울 일만 하고 이와 같이 돌보지 않으니, 앞날의 일을 알 만 하다. 성 밑에 사는 토병 박몽세는 석수로서 선생원의 쇄석을 뜨는 곳에 갔다가 온 이웃의 개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쳤으므로 곤장 80대를 쳤다. 2월 4일(을미)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본 뒤에 북봉의 연대를 쌓은 곳에 오르니, 쌓은 곳이 매우 좋아 전혀 무너질 리가 없었다. 이봉수가 힘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