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26 -
교감완역 난중일기(노승석 역, 2019 개정판)
임진년(1592)
정월
16일(정축)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았다. 각 관아의 벼슬아치들과 색리 등이 인사하러 왔다. 방답의 병선 군관과 색리들이 병선을 수리하지 않았기에 곤장을 쳤다. 우후와 가수가 제대로 단속하지 않아 이지경에 이른 것이니 해괴함을 참지 못하겠다. 자기 한 몸 살찌울 일만 하고 이와 같이 돌보지 않으니, 앞날의 일을 알 만 하다. 성 밑에 사는 토병 박몽세는 석수로서 선생원의 쇄석을 뜨는 곳에 갔다가 온 이웃의 개들에게까지 피해를 끼쳤으므로 곤장 80대를 쳤다.
2월
4일(을미)
맑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본 뒤에 북봉의 연대를 쌓은 곳에 오르니, 쌓은 곳이 매우 좋아 전혀 무너질 리가 없었다. 이봉수가 힘쓴 일임을 알 수 있었다. 종일 구경하다가 저녁무렵에 내려와서 해자 구덩이를 둘러보았다.
25일(병진)
흐림. 여러 가지 전쟁 준비에 결함이 많아 군관과 색리들을 처벌하고 첨사는 잡아들이고 교수는 내보냈다. 방비가 다섯 포구 가운데 가장 하위인데도 순찰사의 포상하는 장계 때문에 그 죄상을 조사하지 못했으니 우스운 일이다. 역풍이 크게 불어 배를 출발시킬 수 없어서 그대로 머물러 잤다.
27일(무오)
흐림. 아침에 점검을 마친 뒤에 북봉에 올라가 주변 형세를 살펴보니, 외롭고 위태로운 외딴 섬이 사방에서 적의 공격을 받을 수 있고, 성과 해자 또한 지극히 부실하니 매우 걱정스러웠다. 첨사가 심력을 다했지만 미처 시설하지 못했으니 어찌하겠는가.
3월
4일(갑자)
맑음. 아침에 조이립을 전별하고 객사 대청에 나가 공무를 본 뒤, 서문의 해자 구덩이와 성벽을 더 올려 쌓는 곳을 순시했다. 승군들이 돌 줍는 일을 성실히 하지 않아 우두머리 승려에게 곤장을 쳤다. 아산에 문안 갔던 나장이 들어왔다. 어머니께서 편안하시다는 소식을 들으니 매우 다행이다.
20일(경진)
비가 크게 내렸다. 늦게 동헌에 나가 공무를 보고 각 방의 회계를 살폈다. 순천 부사가 수색하는 일을 기한에 미치지 못했기에 대장, 색리, 도훈도 등을 추궁하여 꾸짖었다. 사도첨사에게도 만남을 약속할 일로 공문을 보냈는데, 혼자서 수색했다고 하였다. 또 반나절 동안에 내나로도, 외나로도와 대평도를 수색하여 그날로 포구에 돌아왔다고 하니, 이 일은 너무도 거짓된 것이다. 이를 조사할 일로 흥양현과 사도진에 공문을 보냈다. 몸이 불편하여 일찍 들어왔다.
23일(계미)
아침에는 흐리다가 저녁에 맑았다. 식후에 동헌에서 공무를 보았다. 보성에서 보내올 판자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에 색리에게 다시 공문을 보내어 담당자를 수색하여 잡아들이게 하였다. 순천에서 사환으로 온 소국진에게 곤장 80대를 쳤다. 순찰사가 편지를 보내어 “발포 권관은 군사를 거느릴만한 재목이 못되므로 조치 하겠다”고 하므로 아직 갈지 말고 그대로 유임하여 방비하도록 하라고 답장을 보냈다.
5월
2일(신미)
... 송한련이 남해에서 돌아와 하는 말이 "남해현령, 미조항 첨사, 평산포 만호 등이 왜적의 소식을 한 번 듣고는 벌써 달아났고, 군기 등의 물자가 모두 흩어져 남은 것이 없다"고 했다. 매우 놀랄 일이다. 오시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진을 치고, 여러 장수들과 약속을 하니, 모두 기꺼이 나가 싸울 뜻을 가졌으나, 낙안 군수만은 피하려는 뜻을 가진 것 같아 한탄스럽다. 그러나 원래 군법이 있으니, 비록 물러나 피하려 한들 그게 가능하겠는가.
3일(임신)
... 이날 여도 수군 황옥천이 왜적의 소식을 듣고 자기 집으로 도피했는데, 잡아다가 목을 베어 군중 앞에 효시 하였다.
6월
3일(신축)
맑음. 아침에 여러 장수들을 더욱 격려하여 개도를 협공하였으나, 이미 달아나버려 사방에는 남은 무리가 하나도 없었다. 고성 등지로 가고자 하여 가보니 우리 군사의 형세가 외롭고 약하여 울분을 느끼며 하룻밤 머물러 자고 왔다.
4일(임인)
맑음. 우수사가 오기를 고대하여 주위를 배회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오에 우수사가 여러 장수들을 거느리고 돛을 올리고서 왔다. 온 진영의 장병들이 기뻐서 날뛰지 않는 이가 없었다. 군사를 합치기로 거듭 약속한 뒤에 착포량에서 잤다.
... ...
(나이가 서른 여섯이라 그런지, 이제는 곤장맞고 혼나는 부하들의 편에서 조금 감정이입하며 읽게 된다. 곤장 맞은 부하들의 일기에는 뭐라고 쓰여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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