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대전에서 쇼핑하고, 세종 근교의 어느 까페를 찾았다. 고개 위의 까페라 경치는 제법 좋았으나, 경치'만' 좋았다. 사람들이 너무 북적대서 조용히 책을 읽을만한 곳은 전혀 아니었다. 두시간 만에 자리를 떴다. 이번주에는 조금 더 외곽에서 조용한 곳을 찾아야겠다.
2021.09.26 -
공부하는 삶 (앙토냉 질베르 세르티양주 저/ 이재만 역)
※ 역자 이름만 믿고 산 책이다. 한문장 한문장 정말 참 "옛스럽다". 좋다는 뜻이다. 앞부분만 조금 읽어도 새길만한 문장들이 매우 많다. (물론 버릴 문장들도 적잖다. 백년 전에 쓰인 책임을 감안하자.)
I부
1장.
- 공부하는 삶은 금욕과 의무를 엄격하게 지킬 것을 요구한다. 공부하는 삶은 보상을, 그것도 충분한 보상을 받는다. 그러나 공부하는 삶은 초기에 노력을 요하는데, 그것을 해내는 사람은 극소수다. 경기장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처럼, 공부하는 사람들은 궁핍과 오랜 훈련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더러는 인간적인 것을 넘어서는 끈기를 보여야 한다.
- 당신이 빛을 운반하는 사람으로 지명된다면, 신께서 당신이 운반하기를 기대하는 그 어슴푸레한 빛이나 불꽃을 감추면서 가지 마라. 당신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진리를 사랑하고 진리가 가져오는 삶의 열매를 사랑하라. 공부에, 그리고 공부를 유익하게 쓰는 데에 당신이 가진 시간과 마음 중에서 가장 좋은 부분을 바쳐라.
- 그 부름은 야망이나 어리석은 허영심이 아니라 이기적이지 않은 동기에 따라 당신이 지적인 삶에 들어서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경솔한 사람만이 세상에 널리 이름을 떨치라는 꼬임에 넘어간다.
- 대가를 치르지 않고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은 일반적인 욕구다. 그러나 그것은 비겁한 심장과 나약한 두뇌의 욕구다. 투덜거리는 요구에 곧바로 우주가 응답하는 경우는 없으며, 끈질기게 노력하지 않는데도, 공부하려고 켜놓은 등불 아래로 신이 빛을 비추는 일은 없다. (표현이 참 ㅎㅎ)
- 당신은 스스로의 소명에 따라 은총을 입는다. 진리가 명하는 것을 추구하라.
- 사이언스(science)보다 의미가 넓은 라틴어 스키엔티아(scientia)는 원인들에 대한 앎을 말한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규정하자면 스키엔티아는 원인들에 의한 창조물이다. 우리는 지식의 원인들을 알아야 하고, 그런 뒤에는 그 원인들을 제시해야 하며, 지붕을 얹는 순간까지 건축물의 토대에만 주의를 집중해야 한다.
- 공부 초기의 자유로운 몇 년 동안 지성의 땅을 새롭게 가꾸고 씨를 뿌린다면 얼마나 눈부신 수확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다시 오지 않을 시기이므로 제때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뿌리를 새롭게 내리기는 아주 어렵다. 미래는 언제나 과거의 상속자다.
- 가진 자원이 같다고 가정한다면, 이해하고 앞을 내다보는 사람과 아무럿게나 나아가는 사람의 차이는 얼마나 크겠는가! '천재성이란 오랜 인내'라고 할 때 그 인내는 조직적이고 총명한 인내여야 한다. 어떤 공부를 해내는 데에 비범한 재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평균 정도의 자질만 있어도 충분하다. 나머지는 에버지와 그 에너지를 현명하게 사용하는 데에 달려 있다. 정성을 들이며 착실히 일하는 노동자처럼 에너지를 써야 한다. 그 노동자가 어딘가에 도달하는 동안 독창적인 천재는 대개 쓰라린 낙오자로 남는다.
- (...) 구두쇠가 자신의 저축을 높이 평가하듯, 과거의 노력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은 대체로 자신의 이상에 열정적으로 헌신한다. 그는 자신을 바침으로써 성스러워지며 그 목표에서 어긋나지 않게 된다. (...) 느리지만 꾸준히 걸음을 옮기는 거북이처럼 그는 빈둥거리지 않고 인내하여, 우직하게 걸어가면서 재빠른 몸놀림으로 부러움을 사던 나태한 토끼를 몇 년 내에 앞지를 것이다.
- 그렇다고 용기를 잃어서는 안된다. 모든 것이 불리할지라도 자신을 지킨다는 것에 만족하라. 대도시에 살면서 기회를 남용하는, 머리가 꽉 찬 사람보다는 가슴에 열정을 품은 사람이 무언가를 성취할 가능성이 더 크다.
- 가장 소중한 것은 의지, 깊게 뿌리박은 의지다. 누군가가 되고 무언가를 성취하겠다는 의지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언제나 부차적이다. 의지드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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