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역시 듣던대로 1차보다는 빡세다. 이틀 정도는 몸살에 시달리다가 이제 겨우 좀 살 것 같다.
2. 출근 두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스스로가 학생 같다는 생각은 벗을 수가 없다. 행동하는거나 생각하는거나... 어쩌면 학생 티를 벗기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모 선배 교수님과 밥 먹다가 '생활인'이라는 단어를 대화 중에 두어번 들었는데 귀에 박혔다.
3. 일종의 배려 기간을 누리고 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할 수는 없다 신병대기기간.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는 계속 두어개 정도의 연구 주제를 어떻게 연구소 수시과제로 (혹은 안되면 그냥 개인과제로) 시도해 볼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박사과정 때야 '논문으로서 시도 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그리고 '연구 방법 등에 있어 시도 가능한지'를 궁리하면 됐지만 이제는 그에 더해 '윗분들이 좋아하실지 사회적 필요에도 부합하는지'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더 어려운 것 같다. 어떤 글을 쓰든 이제 연구소의 이름으로 나간다는 점도 부담이 있고, 남들이 이미 깃발 꽂은 영역을 잘 피해 가며 새로 내 깃발 꽂을 영역을 찾아야 한다는 점도 쉽지는 않아 보인다.
4.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사과정 때 보다야 연구 환경은 훨씬 낫게 느껴지는 것이 다행이다. 미국 주제로 논문을 쓰던 분들은 그렇지 않겠지만 나야 예나 지금이나 한국 촌놈이니까. 일단 한국의 무역 및 사업체/기업 관련 데이터에 있어 접근성이 훨씬 나아졌다. 박사과정 때 항상 논문의 데이터 소스에서 'Restricted' 'Non public' 'Confidential' 등등의 단어들을 보면 괜히 부아가 치밀면서(!) 고개를 설레설레 젓곤 했는데 이제 그런 어려움은 많이 없어졌다. 연구소 내부에서 회사 차원이나 개별 선배연구자들이 이미 구입한 데이터들도 있고, 연구소 앞 건물 4층에 통계청 RDC가 있으니 어떻게 인가 데이터를 써먹을 수 있을까 통계청에 계속 물어가며 궁리 중이다. 연구소 차원에서의 여러 지원들도 있고. 아무튼 재료와 도구는 훨씬 많아졌으니 이제 요리가 안되면 그건 요리사의 문제다.
5. 또다시 잡마켓이다. 친분이 있는 이들도 몇몇 있고, 아마 내년 정도까지는 아는 후배들이 잡마켓에 조금씩 있을 것이다. 역대급 충격을 받았던 작년 잡마켓을 생각하면 머리는 어지럽고 가슴은 답답해지고 고개는 또 설레설레. 누군가에게는 정말 지독하고 가혹할 잡마켓, 그래도 다들 행복할 수 있는 직장을 얻는 해피엔딩이었으면 좋겠다.
6. 한국 지도교수님은 유학을 권하시면서 '큰 욕심 부리지 말고, 30대에 자기 혼자 쓸 수 있는 사무실 하나 얻을 수 있으면 성공'이라고 하셨다. 애초에 큰 욕심 부릴 그릇도 못됐지만, 아무튼 박사 졸업을 하고 내 방을 얻는다는 '기본'은 달성했다. 이제 다음은 무엇을 바라볼지, 올해 남은 두달간 생각해봐야겠다.
7. 어쨌든 또 무언가를 생각하고, 데이터를 보고, 글로 써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