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11122

choijeo86 2021. 11. 21. 15:12

- 세종살이도 세달이 다되어 간다. 가끔씩 주말에 뭐하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주위에서 물으시는데 탁구 치고 연구실 소파에 누워 하나가득 갖다놓은 책들 읽고 저녁에 성당 일 조금 도와주고 하니 그다지 심심할 일은 없다. 세종은 심심하고 서울이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심심한건 해결 가능하지만 북적대고 시끄러운건 피할 방법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나한테는 세종이 서울보다 낫다. 천성이 그런건지 아니면 그렇게 살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극적인 것들 피하고 조용하고 담담하게 사는게 내게는 좋은 것 같다.  

 

- 주말에 연구실 소파에서 책 읽다 든 생각인데, 문사철 쪽 인문학 책들은 소파에 누워서 빈둥대며 읽을 수 있는데 경제학이나 다른 사회과학 서적은 절대 그렇게 안되는 것 같다. 때로는 연구실 탁자에 몇 권 올려두고 '각잡고' 읽을 필요가 있을 것 같다. 

 

- 국책연구단지 맞은편, 대전교구청 앞 성당은 올 여름에 아주 잘 지어놨는데 정작 나오는 신자도 많지 않지만 젊은 신자는 더욱 적다. 가톨릭 신자라고, 성당 다닌다고 하니 다들 길 건너 성당 예쁘다고 한마디씩은 하는데 그렇다고 성당 나오는 사람은 없다ㅋ. 가톨릭에 대한 사회적 호감도는 높지만 성당에 실제로 나오는 신자수는 적고 (100만 언저리일거라고), 여초와 고령화 문제를 겪는 지금 한국 천주교회의 문제와 무언가 비슷한 것 같다. 

 

성당이 직장과 가까운 것은 좋은데, 덕분에 이것저것 안하겠냐고 묻는 통에 좀 어렵고 난감하다. 마리아가 되고 싶지 마르타가 되고 싶지는 않은 것이 솔직한 심정. 물론 성당에서는 마르타가 필요하겠지만. (마리아 하러 왔다가 마르타 되든지 도망가든지 그런거지.)

 

- 성당 종탑에 큰 종들을 설치하는데 프랑스에서 종들을 수입해 오고 기술자까지 데려와야 해서 통역으로 불려갔다. 그 기술자와 신부님들과 같이 밥 먹는데, 자기네 집안은 프랑스 혁명기 때 부터 종 만드는 일을 7대째 220년동안 했고 전세계에 만든 종이 12만개라고... 한국에서도 문화재로 지정된 당진 합덕성당 등, 대전교구의 몇몇 성당 종들을 설치한 모양이다. 위키도 있네 Link.  

 

- 세종은 안개가 매우 심해서, 출근할 때는 물론이고 가끔은 점심먹을 때 까지도 안개가 자욱하다. 금강 때문인것 같기도...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떠올리게 된다. 

 

- 다음 주 서울 두 번 출장. 아직 내 과제가 없다보니 크게 바쁠 것은 별로 없지만 대신 종종 '구원투수' 처럼 불려가고 있다. 외부 행사 참석이라든지, 학술행사 토론이라든지, 채용 관련 일이라든지... 매우 친한, 우리 연구소 앞 연구소의 C형과 밥먹으며 말했더니 C형 왈 "선발등판한다고 구원등판 불려다니던 일들이 없어지지는 않을텐데...." 

그래도 아직은 모든 것이 처음이니까 비교적 재밌게 등판하고 있다. 

 

- 두 군데 저널에 논문들 투고한 것 중 하나는 깔끔하게 데스크 리젝. 예상한대로 한 10분 정도 살짝 기분이 안좋았다. 혹시 '투고비 없는 저널이라, 들어오는 논문들도 더 많을테니 더 쉽게 데스크 리젝 시키려나...?' 싶어서 랭킹은 살짝 더 낮은, 대신 핏은 더 맞을 것 같은 다른 저널에 냈다. 비싼 투고비 냈으니 리뷰는 받아봤으면 좋겠다. 

 

- 아무튼 일과 중에는 내년도 내 연구 준비 + 구원등판한 일들하고 주말은 탁구 치고 책 읽고 성당 가고. 이러다 보면 올해도 끝나겠지. 빨리 2021년이 끝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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