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20219

choijeo86 2022. 2. 19. 21:40

1. 연가를 적당히 섞어서 길고 길었던 설 연휴를 보냈다. 그러고 출근하니 딱 군대 있을 때 말년 휴가 갔다 온 느낌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지.) 근데 말년휴가는 갔다오면 전역하는데 여기는 아니네....???

 

2. 입사한지 벌써 6개월, 반년이 다 됐다. 슬슬 '암묵적 유예기간(Grace period)'의 약빨도 떨어져 간다. 어쨌든 그래도 나름 주어진 일들은 성실히 하며 보낸 것 같긴 한데, 그래서 뭘 했는지 생각해 보면 또 그닥 한 일도 없고, 실속도 없었던 것 같고 이거 뭐지 싶다. 그렇다고 주위에서 일거리가 날아오는 소위 '짱돌'들이 많았던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정말 알 수 없는 일이다. (짱돌들이 마구 날아들면 대체 어떻게 회사 생활하나 싶은데, 또 다들 잘 해내는 걸 보면 그런게 노하우고 '짬'이겠지.)

다만 다른 선배 박사님들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들을 하는 분들이 있었던 걸 보면 처음에 흔히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려니 하고 있다. 

 

3. 연구소에서 내게 기대하는 역할과 내가 하고 싶어하는 것 사이에서 갭이 생길 때가 가장 어려운 것 같다. 물론 회사에서 원하는 방향대로 끌려 갈 필요도 없고 그럴 수도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연구소에서 원하는 바를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다. 모범 답안은 역시 회사가 원하는 바와 내가 원하는 바가 서로 일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방안을 찾는 것이겠다. 회사가 원하는 기본적인 역할은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하는 것, 그리고 추가로 들여야 하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텐데...그게 그렇게 쉬울리가.

그래도 나는 박사과정 때 A를 했는데 A'이나 a를 하기를 요구받는 정도라면, 박사과정 때 B나 C를 했는데 완전히 다른 X나 Z를 하기를 요구 받으면 정말 힘들고 싫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니 주어진 것들에 감사하자. 어쨌든 내가 하고 싶은대로만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4. 연구소에서 젊은 박사 분들 중 몇 분이 꽤 괜찮은 대학들로 옮기신다. 우리 연구소 말고도 올해 연구소에서 대학 쪽으로 이직을 전해 들을 것이 적지 않다.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맞물려 최근에 이동들이 계속 있었지만, 앞으로도 또 연쇄 이동이 꽤 있지 않을까 싶다. 특히 (코로나 때 박사과정 입학한 코호트가 잡마켓에 나오는) 4-5년 이후 잡마켓에서는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행복하지 않을까... 역시 인생은 타이밍이다ㅋ

 

5. 불과 1년만에 구직자에서 사람을 찾는 입장으로 바뀌어 잡마켓을 볼 수 있었는데, 경제학 박사 시장 전체의 수요와 공급, 구직자와 채용 입장에서의 핏 문제, 그리고 연구소의 현 외적 상황 등의 여러 문제들이 맞물려 우리 연구소의 올해 박사 채용이 녹록치 않았다. 그럼에도 그 경험 자체는 재밌었고 한 번 해볼만 했다. 

 

6. 코로나 시대에 Interview, Job Talk등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후보자들 사이에서의 '잡마켓 불평등'은 더욱 심해진 듯 하다. 당연히 우리에게 매력적인 후보자는 타 기관에서 보기에도 매력적이고, 그 반대도 성립한다. 결국 논문이나 연구 역량 등에서 '일정 수준'을 넘는게 중요한데 이미 박사과정까지 와 있는 똑똑한 이들 사이에서 다시 제법 높은 수준을 넘어야 하는 것이니 그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7. 그래도 연구소에서 몇몇 좋은 분들을 만나 많이 웃으며 직장 생활 하고 있으니 그걸로 일단은 됐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말이다ㅎㅎ

 

8. 어쨌든 연구소에서나 업계에서나 내 niche를 찾으려면 또 당분간 열심히 시간 보내는 수 밖에 없다. 역시 '산 넘어 산'이고 원래 다 그런 것일테다. 즐기며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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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9. 저널에 보낸 두 개 모두 수정후 재심사로 돌아왔다.

 

9-1 국내 저널에 보낸 것은 1월 초에 돌아왔는데 한동안 신경 못쓰고 있었다. 두 개의 리뷰 중 하나는 '참 잘했어요!! 짝짝짝!', 다른 하나는 '안돼, 받아줄 생각 없어, 돌아가'

극단적인 두 리뷰들 사이에서 편집인의 의견은 '흠, 일단 고쳐서 다시 내보시지요...'

 

앞에 분 의견은 건설적인 조언들 감사합니다~라고 잘 받아들이고, 뒤엣분은 리뷰어님~ 이게 이런거에요요~ 하고 찬찬히 다시 설명하며 구슬리는 방식으로 답을 써봐야겠다.   

 

9-2 주로 아시아 문제를 다루는 외국 저널에 보낸 것은 어제 돌아왔는데 둘 다 생각보다 호의적인 리뷰들이라 음, 의외인데...? 했다. 물론 받아들이기 어려운 리뷰도 있었지만 (내가 그걸 할 수 있으면 진작 했겠지요 리뷰어님ㅠㅠ) 뭐 안되는건 안되는거고, 이것도 적당히 받아들여서 한번 다시 돌려 내봐야겠다. 그러고도 최종 리젝이면 어쩔 수 없는거고 잘 되면 감사감사고.... 

 

10. 최근 며칠 몇 가지 일들을 겪으면서 논문 수정을 얼른 해서 한두달안에 얼른 저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정 후 다시 냈을 때 억셉이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아무튼 동기 부여가 됐을 때 얼른 해야할 것 같다.

주위에 몇몇 신뢰할만한 박사님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다들 '지금 해야 되요, 안그러면 앞으로 더 못해'라고 하시는걸보니 하긴 해야겠다. 더 귀찮아지기 전에...

 

11. '바게닝 파워는 아웃사이드 옵션에서 나온다'.

박사과정 때 쓴 것들, 그리고 앞으로 쓸 것들을 SSCI 저널 어딘가로 계속 푸쉬하도록 의지의 끈을 놓지 말아야겠다. 

앞으로 5년간 박사과정 때 논문들 포함, 2-3개는 SSCI 저널에 게재하겠다. 절대로 쉽지 않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계속 해야겠다. 

 

12. ASEAN과 동아시아 경제연구소(ERIA Link) 라는 연구기관이 있다. 제목 그대로 동남아시아 지역 경제에 대한 연구기관인데, 일본이 설립한 기관 같다. (한국에서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협력 기관) ERIA에서도 꾸준히 연구 프로젝트들을 모집하는데 여기도 한 번 시도해봐도 좋을 것 같으니 관심을 놓지 말아야겠다. 

 

13 세번째 논문은 저널에 보내기로 공저자와 논의하고 둘 다 바빠 잊고 있었는데, 타이밍 좋게도 오늘 공저자분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내보자고 하시는 저널의 수준이나 저자권 배분 문제등에 크게 이의가 없으니 이것도 투고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사논문 세 개가 다 SSCI 등재지 어딘가에 실린다면 대박...이지만 그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그다지 높지 않겠지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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