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20424

choijeo86 2022. 4. 22. 23:14

1. 우연과 실수

 

박사 1년차 때 어느 '에이스' 선배로부터 '연구는 우연과 실수에서 나오는게 아닌가 싶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리고 박사과정 보내면서 그 말이 맞는 말 같다는 생각을 몇 번 하곤 했다. A를 보려고 논문도 읽고 데이터도 보고 코드도 돌리고 하며 생각하고 뒤적이다 보면 '우연치 않은 기회에' 혹은 '실수로' 더 나은 B라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A에 관해 뭘 좀 확인하려고 기업데이터를 보다 원래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B라는 주제에서 어떤 것을 발견했다. 내가 B의 전문가는 아니니까, B 전문가인 동료와 약간 의논하니, 연구의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경우 박사과정 학생이거나 대학에 있거나 하면 별 망설임 없이 시작하면 된다. 그런데 연구소에서는 그러기가 좀 어려운 경우가 종종 있다. 지금 내가 그렇다.

아무래도 원래 하던 A를 먼저 해놓고, B는 와인을 숙성시키듯 몇 달 머릿속 어딘가에 모셔두어야 할 것 같다. 그사이에 누군가 와인병을 따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2. 보고서와 논문

 

1과 관련해, 연구소에서 궁금해 하는 주제, 원하는 글들과 학계에서 궁금해 하는 주제, 원하는 논문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 아직 연구소에서 내 과제 하나 제대로 해보지 않은 입장이지만, 할 수 있다면 그 둘 사이의 교집합을 '절묘하게' 잘 찾아 뚫어보고 싶어서, 계속 궁리하는데 생각만 맴돈다. 

 

생각은 답을 찾지만, 그 생각이 글로 눈에 보여야 할 것 같다. 

 

3. 리젝

 

투고한 논문의 리젝이 돌아왔다. 예상한 대로라 크게 실망하거나 그런것도 없는데, 그게 더 문제일지도. 어쨌든 2년 넘게 나름 시간과 노력을 들인 논문인데, 리젝 먹어도 무덤덤.  

 

"우린 X나 예전에 끝났어" 어쩌고 하는 유명한 짤방이 떠오른다. 근데 끝났다고 할만한 퍼포먼스도 없었거니와, 사라고 할 티셔츠와 포스터도 없구나. 휴우. 

 

4. 고백록

 

연구소 동료 박사님과 토마스 아 켐피스의 준주성범을 일단 한 번 다 읽었다. 나는 가톨릭, 동료는 개신교이지만 그런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두번째 책으로 고백록 (성 아우구스티누스)을 읽기로 의기투합했다. 

같이 읽으면서 서로 배우는 부분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런 책은 혼자서는 절대 읽을 일이 없기 때문에 같이 읽을 동료의 존재가 여러모로 도움이 되고 감사한 일이다. 

다만 고백록은 쉽지 않은 책인만큼 길잡이가 필요할 것 같아 해설서(1,2)와 강독 강의들을 참고할 생각이다.

 

예전에는 강의를 듣거나 세미나를 들어가거나 하는 것들이 그것들로부터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그런 것보다는 (강의나 세미나를 통해) 스스로 돌을 굴릴 동기를 부여하는 등의 계기를 만들거나, 혹은 강제력을 가하는 측면이 더 크고 중요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공부는 결국 혼자 하는거고. 

 

그래서 연구에 있어서도, 뭔가 스스로 더 강한 계기, 동기를 만들어야 할 것 같다. 그게 무엇일지는 내가 찾아야겠지만.

 

5. 사순시기, 성삼일, 그리고 부활절

 

왜관 성 베네딕도 수도회의 성삼일 피정을 가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자리가 꽉 차서 가지 못했다.

다음에 가야지. 

 

6. 소확행

 

고복저수지도 좋았고, 연구소 근처 금강변 벛꽃도 좋았다. 

연동면 강변을 산책하는 것도 좋았고, 세종시청 앞에 금강보행교가 개통하여 밤에 걸었는데 그것도 좋았다.

금강변에 트렌디한 레스토랑들을 마다할리 있겠냐만,

시끌벅적한 대평시장에서 먹는 어죽 한 그릇도 맛만 좋더라.  

 

삶은 지극히 fragile하다. 그 안에서 작은 것을 하나씩 찾아 얻으면 그것에 감사할 뿐이다.

 

7. 코로나

 

코로나는 안 걸리는 편이 나은 것이 매우 확실하다.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걸리지 않았(거나 걸렸는데 모르고 지나갔)다.

다음 주 3차 접종. 

 

8.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IPEF)

 

IPEF는 '곧' 나오겠지만 아직 여러가지 썰들만 많은데,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서 내놓은 보고서(Link)가 IPEF가 출범하는데 해결해야 할 문제점 잘 담고 있는 것 같다. 보고서의 내용에 대부분 동감한다.  

IPEF가 1. 전통적인 무역협정이 아니면 대체 어떤 형태를 띠고 어떤 지위를 가질 것인지 2. IPEF 가입국들의 국내 정치 상황이나 이해관계도 다 다른데 이들에게 어떤 매력적인 '당근'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인지 3. 이미 이전 미 행정부의 중상주의적이고 불확실성 높은 무역정책으로 고생한 바 있는, 그리고 미국이 TPP를 주도하다 국내정치의 이유로 판에서 나가버린 과거를 기억하는 아태 지역 국가들이 IPEF는 얼마나 신뢰할 것인지. 

등등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 넘어야 할 장애물이 적잖아 보인다. 

 

9. 주말 오후

 

이번 주말도 한나절은 성당 까페, 그리고 다른 한나절은 금남면 주말 단골 까페. 

새로운 곳을 한두곳 더 발굴(?)해야겠다. 

 

세종 성요한바오로2세성당 까페 '대건을 그리다' (feat.신부님 뒷모습)

 

세종 금남면 까페 '라 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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