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30612 (산업정책에 대해서)

choijeo86 2023. 6. 12. 19:30

- 하반기에 연구원의 짧은 노트 형식의 발간물로 일본의 최근 산업정책에 대해 써볼까 생각 중이다.

 

- 정확히는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経済産業政策の新機軸 Link)'이라고, 일본 경제산업성(METI)이 2021년 여름부터 계속 구상중인 큰 그림의 산업정책인데 작년 여름에 1차 버전이 나왔고 2차 버전이 곧 나올 것 같다. (경제산업정책의 신기축, 이름부터 가슴이 웅장해진다.)

최종본은 그럼 내년 정도에 나올까. 의외로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이다.

 

벌써 경제산업성에서 20차례 가까이 회의를 가지면서 산업정책을 계속 만들고 있는데, 정책 수립에 있어 다시 한 번 일본 사람들 참 지독히도 꼼꼼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책 수립에 관련한 방대한 양의 자료들을 공개하는 것도 대단하고. 볼테면 봐라 뭐 이런건가. 

 

- 산업정책이라는 주제 자체가 매력적인 주제이지만, 또한 워낙 방대하고 깊이 있는 주제라, 함부로 다루기에 어렵기에 좀 길게 보고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 시작으로 산업정책을 다룬 학술 논문들을 조금씩 보고 있는데, 국제무역 연구문헌들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흥미롭다. 

우선 OECD의 산업혁신기업가위원회(CIIE) 주도로 나온 두 개의 보고서들 (Link Link), 

그리고 경제학 탑저널인 QJE에 실릴, 한국 1970년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의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한국 경제학 연구자들에게 우린 뭐하는거지 자괴감을 안긴)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Nathan Lane이 최근에 쓴 두 편의 논문들(Link, Link)이 흥미롭다. 

 

-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 최신 연구 흐름이 어떤지 빠르게 파악하고 싶을 때 내가 택하는 방법 중 하나는 박사과정 2년차 정도를 대상으로 하는 토픽 수업의 강의계획서를 찾아보는 것이다. 그런 접근에서 도움이 될만한, UBC의 Reka Juhasz 교수(Link)의 강의(Link) 및 참고문헌 리스트(Link).

 

- 산업정책에 관해 조금 들여다보니, 이런 산업정책의 효과에 대한 인과적 분석과 그것에 기반한 증거기반 정책수립, (Evidence Based Policy Making; EBPM)을 강조하는 얘기들이 많이 보인다.

OECD 산업정책 프레임워크에서도 그렇고, 앞서 언급한 일본 '산업 정책의 신기축'에도 EBPM의 강화에 대한 부분이 아예 큰 부분으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눈에 띄는 부분이다. 

 

- 실증적 증거에 기반한 정책 수립, 곧 EBPM과 관련해 일본 경제산업연구소(RIETI)의 Masahito Ambashi 박사가 쓴 칼럼(Link)에서 다음 구절이 눈에 띈다. (다시 한 번 오오 파파고)

 

"... 첫째, 정부가 주도하는 특정 '미션'(예를 들어 디지털청 설치)을 사전·사후에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사전에 엄밀한 정책효과의 인과추론을 실시하기 위해서는 랜덤화 비교시험(RCT)을 실시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미션 지향의 산업정책에서는 기술면·윤리면에서 현실적이지 않다.또한 사후에도 자연실험이 정책효과 식별을 위해 자주 활용되지만, 이 역시 디지털청 설치와 같은 편익이 장기적으로 널리 국민에게 널리 퍼질 수 있는 정책으로는 적절한 처치군과 대조군을 찾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이러한 극단적인 예가 아니더라도 전례가 없는 '샘플 수=1'의 미션 지향 산업정책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의사결정 주체인 정부, 기업, 소비자 등을 적절히 편입한 이론모델에 기초한 구조적 추정 접근법이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두 번째 과제는 경제안전보장정책을 어떻게 경제학 체계에서 평가할 것인가이다.세계적으로 부족한 백신이나 반도체 등을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도록 예전의 타겟팅과는 다른 형태로 이들 중요 전략물자의 공급망 기반을 자국에 확립하는 산업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다.또한 각국에서 중요 기술의 수출 관리 규제도 엄격하게 적용되는 추세다.이것들은 경제안전보장상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것이지만, 세계화에 의한 자유무역의 이익을 희생해 규제·피규제국에 비용을 부과하는 것이기도 하다.따라서 Todo(2020)도 지적했듯이 데이터의 입수 가능성 등에 어려움이 있지만 안전보장상의 이익과 경제적 손실을 명확히 한다는 객관적인 경제학 연구가 요망되고 있다.현재로서는 「경제 안전 보장」(economic security)을 제목으로 하는 학술 논문은 최근 경제학의 주요 학술지 중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다(다만, 국제 정치학이나 국제 관계론에서 볼 수 있긴 하다).이는 역설적으로 경제안보와 관련된 산업정책이 경제학의 하나의 연구 프런티어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도 할 수 있지 않은가."

 

결론은 Structural Estimation 을 공부해라....

(아니다, 구조적 추정 잘 아시는 훌륭한 분 모시고 공동연구하면 되겠구나!)

 

- 위 칼럼에서 잘 제시하였듯, 경제안보 및 공급망 관련해 도입되고 있는 많은 산업정책들 (e.g.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 EU 원자재법, 일본 경제안전보장 추진법, 그리고 한국...도.)의 인과적 영향에 대한 연구들이 앞으로 많이 보일 것 같고, 또한 우리에게도 필요하겠다. 따라서 다른 주요 국가들에서는 산업정책의 효과를 어떻게 실증적으로 추정하는지에 대해서도 앞으로 관심을 갖고 봐야 할 것 같다. 

(일본어로 되어 있긴 하지만, RIETI 홈페이지에서 찾은 관련 문헌들을 정리한 유용한 슬라이드 Link)

 

- 그래서 결론은, 할 일을 찾으면 할 일은 많겠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마태 9:37-38)”

 

P.S. 위 글을 적을 때 까지만 해도 글 말미의 마태복음 구절이 이번 주 복음 말씀인줄 모르고 적었다.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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