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논문 읽기/Frontiers

한국을 연구 주제로 한 경제학 논문들

choijeo86 2021. 9. 21. 16:27

1. 경제학은 사회과학이다. 그리고 현대의 경제학은 미국이 주도하는 학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 사회과학'인 경제학에서 한국을 소재로 한 연구가 주목받는 일은 몹시 드물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인 경제학 연구자들조차도 박사과정 중 한국을 주제로 한 연구를 시도하는데 주저하는 경향이 있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언론보도)

 

개인적으로 한국 데이터를 사용했거나, 한국을 주제로 한 깊이 있는, 좋은 경제학 논문이 나오면 더 반가운 마음이 들고 관심이 간다. 그 중에서도 특히 잡마켓 페이퍼(JMP)는 더 큰 관심이, 그 중에서도 몹시 보기 힘든 무역 필드의 논문이면 더더욱 관심이 가게 된다.

 

2. 내 기억에, 내가 박사과정중에 있었던 동안 대략 두 차례 정도 외국의 경제학 및 관련분야 박사과정 연구자들이 한국의 데이터와 주제로 좋은 잡마켓 논문을 써서 한국인 연구자들로부터 많은 관심(그리고 자성과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한 번은 이명박 정권 시기 정경유착에 관한 연구로 해당 논문은 2019년 재무분야의 탑저널인 Journal of Finance에 실렸다. (언론보도, Link). 저자인 David Schoenherr 교수님은 2016년 런던비즈니스대학에서 재무전공으로 박사를 받은 후 프린스턴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되었다. 듣기로 서울대에 교환학생을 온적이 있었고 이 경험이 논문 작성에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한번은 1973-1979년 박정희 정권의 중화학공업화정책을 소재로 한 연구(Link)였다. 경제사 및 정치경제학 연구자인 논문 저자 Nathan Lane 교수님은 스웨덴 Stokholm University에서 박사를 받았다. (참고로 스웨덴의 SU와 SSE는 정치경제학 쪽으로 매우 좋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후 그는 미국 MIT 박사후과정, 호주의 Monash University 조교수를 거쳐 현재 영국 Oxford University에서 부교수로 근무중이다. 2016년인가에 처음 나왔던 이 논문은 현재까지도 계속 수정 중인데, 아주 좋은 저널에 실릴 것이라 기대되고 저자도 이를 목표로 하고 있는 듯 하다. Lane 교수님은 여러 나라의 자료들로 연구를 계속하고 있는데 이중에는 KDI 정책대학원 이창근 교수님과 진행중인 한국 연구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3. 물론 한국인 경제학 연구자들 중에는 아무래도 익숙하다보니 한국 데이터나 주제로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상대적으로 흔하지만, 그 중 높은 수준의 연구를 완성하여 한국인들뿐 아니라 다른 외국 학자들로부터도 크게 주목을 받는 경우는 안타깝게도 많지 않다. 그럼에도 몇몇 훌륭한 젊은 한국 경제학자분들이 그 '유리장벽'을 넘어서고 계신데, 예컨대 서강대 양현주 교수님이 그러한 분 중 한분이시다.

 

4. 모교 홈페이지에 오랜만에 들어가보니 한국경제사 전공자이신 조영준 교수님의 주도로 한국경제의 발전경험에 대한 5년간의 장기 연구 프로젝트가 막 시작되었다는 소식이 올라와 있다. 자세한 연구 계획과 방향에 대해서는 아직 알지 못하지만 갓 시작된 세미나등을 볼 때 이 또한 앞으로 주목해 보아야 할 프로젝트로 보인다.

 

(사족: 한국에서 석사과정에 있을 때 경제학부에 '경제사 세미나'라는 세미나 시리즈가 있어서 금요일 오후에 젊은 경제사 및 응용미시 연구자 분들이 자신들의 진행중인 연구를 선보이기에 종종 가서 듣곤 했다. 연구들도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고, 양동휴/이영훈/이철희 세 경제사 전공 교수님들의 서로 다른 논평을 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세미나가 끝나면 경영대 옆 동원관에서 대학원생에게는 나름 비싼 밥을 세미나 예산으로 사주는 메리트가 있었다. 학부시절 베프가 그 때 양동휴 교수님 조교였기 때문에 그 친구도 볼 겸, BK21 세미나 참석 요건도 채울 겸, 공짜 저녁도 얻어먹을 겸 겸사겸사 금요일 오후 경제사 세미나에 자주 가곤 했다. 지금은 H-trio 세미나라는 이름으로 이름을 바꾸고 확대해서 계속 되는 것 같은데, 여전히 세미나에 온 대학원생들 밥을 사주는지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5. 연구자로서 업계 동향파악(?)은 기본이라는 생각에, '당신은 나를 몰라도 나는 당신을 안다'는 마인드로 다른 연구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지 틈틈이 심심할 때면 살펴보곤 했다. 올해 해외에서 열리는 국제무역 학회 프로그램들을 훑어보다 보니 한국 논문이 하나 보인다. University of Michigan의 최재도 박사예정자님의 연구로 동료 연구자와 함께 작성한 JMP, 그 외에도 지도교수(Andrei Levchenko)와 함께 쓴 논문이 있다. 아직 서론 이상으로 자세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여러 사정들을 고려할 때 분명 완성도가 높은, 그래서 좋은 잡마켓 성과를 기대할만한 연구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읽고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