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30929

choijeo86 2023. 9. 29. 22:20

1. 연구 발표 후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에 대한 실증 논문을 쓰고 있다.

 

서울에서 국제무역 전공의 젊은 교수님들 앞에서 한 번 발표하고, 원내에서 몇몇 동료들과 원외 (i.e. 우리 아래 층 연구소) 박사님 한 분을 모시고 발표했다.

가을에 학회 발표도 신청해 놨고, 내 생각에 내년 초까지 두세번 발표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이후 코멘트들을 정리하고 반영하고 논문 다듬고 고치고 귀엽게(cute) 논문 원고를 만든 다음 투고를 시도하면 굿. 좋은 저널로 가라!

회사 일도 하면서, 1년에 SSCI급 저널에 도전해 볼만한 논문 초고 하나 만들었다면 나쁘지 않은 성과. 

 

재밌는 것은 교수님들과 세미나할 때와 연구소 박사님들과 세미나할 때 오가는 논의들, 그리고 유익했던 내용들이 살짝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 교수님들과 논의할 때는 식별(Identification) 및 방법론에 대해 들어올 수 있는 공격들과 그에 대한 방어들, 그리고 학술논문으로 만들 때 논의를 보다 강건(robust)하게, 그리고 '세련되게' 만들 수 있을만한 부분들에 대한 제안들이 유익했다.

 

-  반면 연구소 동료들과 이야기할 때는 최근까지의 미중 갈등 및 반도체 산업 관련 정책의 동향, 반도체 산업/공급망의 특성과 변화 등에 대한 지식과 의견들을 나누는 것이 유익했다.

 

물론 교수님들과 세미나할 때 반도체 산업 이야기 안한거 아니고, 반대로 연구소에서 세미나할 때 식별 전략 이야기 안한것 아니지만, 내가 비교우위가 있을 것이라 예상한 지점이 그러하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런 점에서 나는 산업, 무역 관련 연구를 학계에서 하시는 분들이 연구소에 많이 오시고, 반대로 연구소 사람들이 학회에 가서 연구를 발표 하는 선순환이 많이 생기면 좋을 것 같다. 일단 내가 그 선순환을 잘 만들어봐야겠다. 

 

2. 학계와 연구소

 

개인적으로는 아카데미아(학계)와 인더스트리(산업계)의 교집합에 있는 재직 기관의 장점이 마음에 들고, 그 교집합에 속하는 주제를 잡아 학술 논문을 쓰는데서 내 길을 하나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아카데미아에서 계속 훈련받아 박사 받고 입사한 내 입장에서, 그런 교집합의 장점은 결국 '산업' 쪽 지식들을 좀 더 갖출수록 풍성해 질 것 같다.

 

3. 반도체 산업

 

마침 반도체와 관련해 두 개의 연구 과제에 들어갈 일이 생겼다. 

 

-  하나는 1에서 적은 실증 분석에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의 관련 내용을 보강해서,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에 대한 정책 보고서를 쓰는 작업이다.  

-  둘째는 대만의 반도체 산업 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쓰는 과제에 참여하게 됐다. 

 

그래서 이 기회에 반도체 산업의 기초적인 내용들에 대한 공부를 몇 달 해보려 마음먹었다.

 

연구비로 시중에 반도체 산업에 대해 나온 단행본들을 여러 권 사고, 우리 연구소는 물론 타 국책 및 사기업 연구소들에서 나온 반도체 산업(정책) 관련 최근 보고서들을 모았다. 유튜브에서도 반도체 산업에 대해 (신뢰할 만한) 전문가들의 영상들만 따로 몇개 골랐다. 

 

고작 몇개월 공부해서 반도체 산업만 수년-수십년 본 분들의 전문성을 따라잡을 수는 없겠지만 (어떤 지점에서는 그럴 필요도 없지만), 남들보다 '아주 약간' 더 전문성을 갖는 것 만으로도 때로는 상당한 강점이 되는 것 같다. 

 

+ 연구소 일로 바쁜 하반기에는 특히 개인 독서시간을 확보하기 좀 어려운데, 이런 '산업' 관련 배경지식이 되는 책을 읽으면 개인 독서 시간도 챙기면서 뭔가 회사일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1주일 가까운 긴 추석 연휴 동안 유명한 '칩 워 (크리스 밀러 저 Link)' 를 다 읽기로 하고 추석에 본가에 내려가는 짐에 넣었다.

 

3. 그나저나 내가 팹리스니 칩리스니, 파운드리니, 메모리 반도체가 어떻고, 웨이퍼, 전공정, 후공정이 어떻고, 삼성전자가, TSMC가 어떻고... 이런 걸 들여다 볼거라고는 박사과정 중에는 상상도 못했는데 참.

 

4. 큰 욕심 부리지 말고, 조급해 하지도 말고, 조금씩 천천히 가자. 

연구자로서는 아직 한참 젊으니까. 계속 쌓아나가자. 

한 10년 쌓으면 뭐가 되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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