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30810

choijeo86 2023. 8. 10. 19:51

1. 소부장

 

2년 전 연구소에 처음 들어오고 나서 정말 많이 들은 단어 중 하나가 '소부장'이었다.

'소부장? 소부장이 뭐여....? 소과장? 소사장?' 이런 아재 개그한 기억이 난다.

소부장은 소재, 부품, 장비의 약자임을 우선 적어놓고 시작하자. 

 

2019년 한일무역분쟁 이후 우리 정부는 2021년 일몰 예정이던 소재·부품·장비산업 특별조치법을 상시법으로 바꾸고, 그 밖의 많은 국산 소부장 경쟁력 강화 정책을 펼쳤다. 

 

며칠 전 연구원 내부 요청으로 최근 한일 무역 구조의 변화에 대해 좀 써보라는 지시를 받아서, 몇 쪽 썼다.

뭘 쓸까 생각하다가 2019년 기준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이 (한일 무역 분쟁과 코로나 팬데믹을 겪은 뒤인) 3년 뒤 2022년 어떻게 대일본 교역구조가 바뀌었는지를 좀 보았다. 

 

 

눈에 띄는 부분은 확실히 소부장 품목에 대한 대일본 수입 의존도가 전체적으로 낮아졌다는 점이다 (2019년 70%대에서 2022년 60% 이하로). 물론 몇몇 품목들의 경우 여전히 높은 수준의 대일본 의존도가 유지되고 있고, 아마 이런 품목들은 일본이 세계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3년간의 소부장 국산화를 위한 기업들과 정부의 노력들은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의 과제는 (1) 보다 범위를 좁혀서 여전히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들은 그대로 둬도 괜찮은건지 (2) 3년 동안 수입의존도를 낮춘 품목들은 그 과정에서 어떤 비용들을 치뤘는지, 앞으로도 계속 낮은 수준의 수입 의존도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2. 반도체 수출통제 연구

 

 

 

앞의 글에서 

 

"예컨대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A)가 교역(B)에 미친 영향이 어떠했는지 알아냈다고 하자.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다음 질문은.... (중략)

 

위의 질문들에 풍부하게 대답할 수 있을수록 좋은 논문이 되고, 이러한 질문에 (어떤 방법론을 사용하든) 적절히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다/아니다에서 소위 논문의 '포텐', 잠재적 가치가 결정되는 것 같다."

 

라고 썼다.

 

그리고 다시 조금 더 들여다보니 중국의 대미국 반도체 장비 수입 감소를 (대략적으로) 가격 감소로 인한 부분과 수량 감소로 인한 부분으로 분해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해보니 이건 또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로 인한 중국의 수입감소는 수량 효과가 클 것이라 예상했고 실제로 상당 부분 그러하다.

하지만 세부 장비 품목별로 보면 꼭 모든 품목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서, 공정에 따라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가격효과가 수량 효과를 압도하는 경우도 있다. 수입 수량은 오히려 증가했는데 가격 감소폭이 훨씬 커서 전체 수입 감소를 가져온 품목들이 존재한다는 것. 

 

왜 품목마다 다른 결과가 나타나는가, 이 지점부터는 스토리텔링의 이야기이다. 반도체 산업에 대해 (아주 깊게는 아니어도 남들보다 조금 더 아는 정도의) 지식이 필요하고, 여기서 연구소에 있는 장점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글을 쓰며 생각하다보니 그래도 반걸음이라도 나가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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