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식성 논문 읽기/Frontiers

논문 두 개

choijeo86 2022. 12. 27. 00:49

- 연구소에 연가 이월제가 없어져서, 해당 년에 생긴 연가는 무조건 그 해에 다 쓰게 되었다. 그다지 환영할 변화는 아니지만, 어쨌든 이러한 정책 변화 덕분에 (낑낑대며 한 해 일들을 12월 20일까지 마감지은 다음), 연말에 연휴를 보내고 있다. 한 해 동안 여유 있게 읽고 싶은 책, 논문을 들여다 보는 시간도 거의 없었는데, 덕분에 조금 여유있게 책 몇 권 읽고 논문 두어개를 보고 있다. 다시 한 번 새해 다짐, 새해에는 이런 시간들을 더더더더더 잘 확보해야겠다.

 

- 책은 임용한의 병자호란, 데이비드 아불라피아가 엮은 지중해 세계사, 그리고 이창민의 지금 다시, 일본 정독을 읽고 있다. 오랜만에 블로그에 책 정리 글을 두어개 쓸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임용한의 책과 이창민의 책은 술술 읽혀 빠르게 다 읽을 수 있다. 아불라피아의 책은 여러 저자들의 글을 모은 편저인데 그래서 장들마다 구성이나 서술 방식들이 좀 차이가 있고, 괜찮은 장도 있고 좀 별로인 장도 있고 그렇다. 어쨌든 세 권 다 흥미롭게 읽고 있다. 

 

- 그리고 오랜만에, 올해 경제학 잡마켓 논문들을 조금 구경했는데 재밌(어 보이)는 논문 두 개가 보여 적어본다.

 

Fractionalization and Rural Development in Korea (BooKang Seol 2022)

논문: Link

 

하나는 Columbia의 설부강 박사의 JMP이다. 논문은 1973년 남해 대교의 건설을, 남해군에서 육지로의 접근을 더 용이하게 만든 자연실험으로 삼아 공동체의 사회적 동질성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였다. 연구에 따르면 남해대교의 건설 이후 (동일한 성을 가진 구성원들이 더 많은) 동질성이 높은 마을이 그렇지 않은 마을에 비해 (적어도 단기적으로) 더 높은 농업생산성의 향상을 기록했다. 이러한 성장의 배경에는 남해대교가 제공하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에 보완적인 역할을 하는 농업 기술의 도입이나 공공재 생산이 동질적인 마을에서 더 잘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최근 경제발전 경험을 다룬 훌륭한 논문들이 최근   있었는데, 이 논문도 그러한 연구 흐름에 있는 재밌는 주제를 다룬 것 같다. (연구자는 연구를 위해 여러 수기로 기록된 남해군 관련 기록들을 정리 및 디지털화, 연결하는 작업들을 수행했다.)

 

Do Supply Chain Disruptions Harm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Japan (Takafumi Kawakubo and Takafumi Suzuki 2022)

논문: Link

리써치비틀: Link

 

또 하나는 올 한해 참 많이 듣고 말한 '글로벌 공급망'과 관련한 국제무역 JMP라 적어본다. 이 논문은 영국 LSE의 타카후미 카와쿠보 박사의 JMP이다. 논문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기업의 공급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자연 실험으로 삼아 이로 인한 공급망 왜곡이 기업의 성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하였다. (동일본 대지진과 관련한 국제무역 연구는 이미 소개한 적 있는 Bohem, Flaaen, Pandalai-Nayar 2019 REStat (Link), 그리고 Carvalho et al 2021 QJE (Link) 등이 잘 알려져 있다.)

연구에서는 이중 차분법을 사용, 재난 지역의 외부에 위치하면서 재난 지역 내에 공급자가 존재하는 기업을 처치군(Treated)으로 보아 통제군(Control) 대비 동일본 대지진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았다. 연구에 따르면 매출, 고용, 생산성 등의 지표에 있어 평균적으로는 처치군에 속한 기업들에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았는데 이는 이들 기업이 비교적 빠르게 피해를 입은 공급자를 대체할 수 있는 새 공급자들을 찾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업의 특성에 따른 이질성을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나타나, 재해지역 내 공급자와 관계를 맺은 기간이 길었을수록 이러한 대체가 어려워 지진의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 또한 처치군 기업들은 지진 이후 새로운 공급자들을 자신의 본사에서 더 가까운 기업들로 선택하는 일종의 '니어쇼어링'이 발견되었다. 지질학 데이터를 통해 볼 때 이러한 니어쇼어링은 지진 위험으로부터 피하기 위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보다는, 새로운 공급자를 찾는데 있어 본사에 더 인접한 기업을 선택해 이전보다 더 강인(resilient)한 공급망을 형성하려는 동기가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