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젝
국내에서 나오는 모 저널에 낸 논문은 반년을 끈 끝에 리젝. 논문의 약점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으니 불만은 없지만 리젝할 거면 좀 빨리 해주지라는 아쉬움이 든다. 그래도 이 과정에서 뭔가 교훈 하나는 얻은 것 같다. 어쨌든 그래서 홀가분하게 다시 외국 저널에 논문을 냈고, 여름 방학이라 그런지 아직 에디터 손도 안떠나고 있다. 투고를 해봄직한 저널을 몇 개 추렸으니 계속 내볼테다.
2. TTC
두번째 노트(Link)는 미국-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TTC)에 대해 썼다. IPEF에 대해 썼던 노트보다는 조금 분량이 더 길다. 원래는 20쪽 가까이로 썼는데 연구원 잡지의 편집 틀에 맞추다보니 많이 짤려서 10쪽 조금 넘는 양으로 분량이 줄었다. TTC 자체가 넓은 주제들을 다루다보니 열 몇 쪽인 원고에 이 내용들을 '깊이 있게' 담는 것은 불가능하고 결과적으로는 주마간산, 수박 겉핥기 글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TTC에 대해 수박 겉핥기로 정리한 글 조차도 거의 없는 것 같고, IPEF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의 입장에서 TTC에 대해 쓰면 누군가 참고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썼다.
미 대선 직후 2020년 연말 유럽연합측이 TTC 구상을 제안할 당시 발표한 문서에 보면 "(미국과 유럽 연합) 양측이 동의하면, 세계는 보통 따라온다. (Where both sides agree, the world usually follows)”는 문구가 있다. 양측이 TTC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신통상의제들의 주도권을 쥐는데 있어 얼마나 자신감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시에 IPEF를 통해 소위 지역내에서 통상 영토를 넓히겠다는 우리 정부는 어떤 자세와 준비를 보이고 있는지 생각해야 할 것 같다.
3. 선배
정년을 맞으신 부서의 씨니어 박사님께서 당신의 정년 기념 모임에서 '내가 연구원에 30년 넘게 있으면서 후배들에게 해준 것도 없는데, 혹시 글을 보아 달라고 부탁하면 봐주겠다'라고 하신적이 있다. 혹시 부담으로 느끼실까봐 조금 고민하다 2의 글 초고의 첨삭을 부탁드렸다. 하루만에 여러 유익한 조언들을 보내 주셨다. 열심히 읽으셨다는 것이 느껴져 감사했다. 나는 나중에 누군가에게 어떤 것들을 돌려줄 수 있을지,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소한 후배들에게 비웃음 사는 선배, 민폐 끼치는 선배는 안되고 싶다.)
4. 연구
수시 연구를 시작해야 하는데 짱돌들을 핑계대면서 아직 시작도 제대로 안하고 있다. 이 와중에 적절하게 관련한 짱돌이 하나 날아왔다. 이걸 계기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 차라리 잘 됐다 싶다. 특히 베트남 선하증권(B/L) 데이터 연구는 길게 보고 품을 많이 들여야 한다.
5. 연애
입사하고 또래의 남자 박사들과 맨날 밥 먹고 차 마시고 하는데, 대부분 싱글들이다보니 연애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30대 초중반들이니 다들 좋은 짝을 찾아 연애하고 싶은데 결혼에 대한 부담감도 느끼고, 거기에 세종이라는 지리적 문제도 있고 그런 듯 하다. 게다가 공부가 길어서 모은 돈도 없고 그래도 다들 좋은 짝을 찾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렇게들 될거고.)
어쨌든 연애는 좋은 것이다.
6. 아이들
우리 나라에서 출산율이 가장 높은 곳이 세종이라고 한다. 공원이나 마트에 가 보면 확실히 아이들이 많고, 많은 부부들이 아이들이 둘 이상이다.
7. 추석연휴
직장 생활 1년 했다고 추석연휴만 바라보고 있다. 연가를 좀 써서 더 길게 부모님 댁에 가기로 했다. 어차피 집에 가면 시간도 많이 남을테니 밀린 내 일들을 좀 해야할 것 같다. 수시 연구의 앞부분 내용을 이 때 좀 보고, 저널 리뷰 부탁 받은 것도 후다닥 해야겠다. 대체 육아에 연구에 둘 다 킹왕짱 잘하시는 분들은 어떻게 하시는거지ㅠ
8. 리서치비틀
연구소 일에 얼마 치이지도 않았는데 새 논문을 읽은게 언제인가 싶다. (옆 연구소 C형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너 벌써 연구소에 적응 다 했구나!' 하고는 놀린다 ㅠㅠ 이런 적응은 반드시 벗어나야겠다.)
- 다짐, 이번 추석연휴에는 부모님 댁에서 쉬면서 리서치비틀 글을 하나 꼭 써야겠다. 논문은 지난 번 부서 세미나에 연구자들을 초청해 발표를 들었던 논문. 세 분 중 둘이 친구들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연구의 소재가 시의적절하고 주된 발견이 재밌다. 국제무역 분야에서 가장 활발히 연구하시는 젊은 연구자 세 분이 의기투합했으니 앞으로 완성도 높은 연구가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