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20913

choijeo86 2022. 9. 13. 15:22

1. 소고기

 

연구소에 입사하고 조금 지나, 들은 조언 중 하나가 '소고기 론'이었다.

내가 이러이러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하니, '소를 한마리 잡는다'는 마음으로 연구를 크게 진행하라는 것이 내용이었다. 

 

포인트는, 큰 소 한마리를 잡아 어떤 부분은 국거리용으로, 다른 부분은 스테이크 용으로, 어떤 부위는 불고기 거리 등으로 잘 갈무리하라는 점이다. 연구원에서 나오는 발간물들도 여러 종류이고, 그 외에 학술 논문 투고나 언론 기고 및 인터뷰, 세미나 발표 등의 대외활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럿 있으니, 이왕이면 큰 연구를 하나 해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조언이었다. 매우 지혜롭고 유익한 조언이다. 

 

한 가지 조심할 점은 국거리용으로 한 번 국에 들어간 고기를 꺼내다 슥슥 국물만 털어내고 다시 불고기 용으로 팔아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특히 지금은 용인되는 부분이 시간이 지나 더욱 엄격해지는 학문윤리에서는 부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해야겠다. '그 땐 괜찮았다'는 통하지 않을 수 있다. (+ 그리고 꼼수는 언젠가 탈이 난다.)

 

2. 도자기 

 

논문 쓰는 것은 도자기 굽는 것과 매우 비슷할 것 같다.

누군가는 정말 장인 정신으로 혼신의 힘을 다 해 수년 동안 최상급 자기 하나를 구울 수 있다.

반면 누군가는 약간은 가벼운 마음과 짧은 호홉으로 도자기를 구워낼 수도 있을거다. 흙 재료, 가마 불 상태 등에 따라 어떤 거는 막사발, 어떤 거는 화분, 어떤 거는 밥그릇 등등으로 시장에 나간다. 

나는 수년동안 몰두해 최상급 자기 하나 구울 수는 없지만, 막사발, 화분, 밥그릇을 굽더라도 할 수 있는 한 '공들여' 빚는 그런 도공이고 싶다.  

 

3. 테니스

 

작년 연말부터 몸에 조금 문제가 생겼다. 약먹고 식단을 조절하니 나아지긴 했는데 만나는 의사들마다 '님 관리 필요함', '체중 줄이세요'라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역시 박사과정은 몸에 해롭다.

1년 친 탁구에 더해 무슨 운동을 하나 더 할까 하다 지금 테니스를 배우면 오래 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내 테니스장에 레슨을 신청했다. 

 

4. 일본어

 

어차피 오랜 기간 해야 하는 일본 산업/통상 연구라면 일본어 공부도 하면 유익....하겠는데, 벌인 일들이 너무 많다. 돈도 빠듯하다. 버킷리스트에 넣고 당분간 자제.

 

5. 동생의 결혼

 

동생이 내년 초에 결혼한다. 신혼 집도 준비하고, 들뜬 모습이다. 

우리 집 늦둥이의 장가, 나도 기분이 묘한데 부모님 기분은 어떠실지. 

 

6. 백서

 

연휴 동안 일본 경제산업성의 통상백서와 제조업(모노츠쿠리) 백서들을 대강 훑어보고 일부 정리했다.

가장 최근인 2022년의 통상백서모노츠쿠리 백서의 목차들이 이러하다. 여러 면에서 매우 인상적이다. 

 

PS. 연휴에 유튜브를 뒤적이다 삼풍 백화점 붕괴에 대한 다큐를 보았다. 여기서 나오는 또 다른 '백서'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7. 연말까지 할 일들

 

- I. 일본의 대인도-ASEAN 진출 연구

: 최근 일본의 인도-ASEAN 지역 진출 전략 정리, 상품교역 및 GVC 참여 구조 파악, 그리고 베트남 선하증권(BL) 데이터를 사용해 지난 3년간 베트남 소재 일본계 기업들의 무역 패턴에 대한 가장 디테일한 수준에서의 파악.

: 한국계 기업(Link)에 더해 일본계, 그리고 이후 가능하다면 대만계 기업들을 살펴봄으로서, 베트남 소재 다국적 기업들의 교역 패턴에 대한 기초 자료 구축. 

 

- II. 선하증권 데이터를 통해 코로나 전후 베트남의 교역 패턴의 변화를 살펴 보고, 특히 이를 기업/상품 단위에서 여러 마진들(Extensive/Intensive Margins)로 분해, 베트남 상품 무역에 대한 기여분을 추정.

 

- III. 팬데믹 시기 한국의 대외 투자의 변화분에 대한 여러 추정치를 실증 미시계량 방법론 (Synthetic Control Methods)을 적용해 도출

 

- IV. 팬데믹 전후 한국의 수입 집중도 변화. 산업/상품/기업 단위에서 분석.

 

- V. 국제무역과 젠더. 

 

I-III은 학술적 측면, IV-V는 정책점 시사점에서 기여가 클 것 같음.

 

- VI. OECD 무역위원회 및 작업반 참석. 

 

- VII. 수탁과제 참여: IPEF와 노동, ODA, 공급망 관련 수탁 과제에서 능력 되는대로, 힘닿는대로 기여하기. 

 

- VIII. 보다 긴 시각에서 일본의 산업, 통상 등에 관련해 필요한 연구 주제 발굴. 내공 있는 일본 경제/산업/통상 관련 전문가들 두세분을 만나 어떤 연구들이 필요할지 자문을 구할 것. 

 

이상, 각 과제들에 대해 태스크를 쪼개고 연말까지의 타임라인을 만들 것.

큰 과제들은 작은 태스크들로 나누고 그것들을 잘 배열할 것.

 

8. 

근데 써 놓고 보니 1번과 안맞게, 내 연구과제들은 I에서 V까지 소 한마리는 커녕 한끼 밥이나 될까 싶은 자잘한 것들이 대부분이네ㅠㅠ 에고.

언젠가 연차가 쌓이고 내공이 쌓이면 큼직한 소 한마리 잡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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