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기장

20240203 (2)

choijeo86 2024. 2. 3. 21:47

1. 동료들

 

나와 석사 선생님이 같은, 후배 J박사님이 페북에 글을 하나 올렸는데 이런 이야기였다.

자신이 석사 시절 선생님께 들은 얘기 중에 '학자들 중에 단독으로 논문을 쓰면서도 저자를 I가 아니라 We라고 지칭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아무리 혼자 논문을 쓰더라도 그것이 혼자만의 작업이 아니라 수많은 동료 및 선학들의 지혜에, 그리고 독자들의 피드백에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라는 그런 얘기라고. J박사님도 곰곰이 생각해보니 이번에 학회에서 발표한  자신의 논문이 수많은 이들의 도움에 힘입은 것이라는 그런 이야기였다.

나도 비슷한 얘기를 누군가에게 들은 기억이 있는데 그렇다면 아마 나도 석사과정 시절 선생님께 들은 얘기였나 보다.

 

이 얘기를 보고 생각해보니 주위에 연구자로 성공하는, 좋은 논문을 쓰는 이들은 동료, 선배, 후배들과의 인터랙션과 피드백을 받고 이를 수용하는데 두려움이 없는 이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때로는 냉소적인 반응과 톡식한 말, 그리고 비웃음에 마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나쁜 X들), 그런데에 상처 받지 않는, 두려움 없는 적극적인 자세와 멘탈을 갖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좋은 연구자가 되는데에는 재능과 노력도 당연히 중요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멘탈인 것 같고, 나는 그 점에서 좀 모자랐던 것 같다.

 

퇴계께서도 두 띠동갑 이상 후배인 고봉에게 배우는데 거리낌이 없으셨다는 점이 다시 생각난다. 

 

+ 최근에 어디서 주워 들은, 좋은 저널에 실렸다는 논문 중에 하나가, 학계에서도 좋은 피어 네트워크를 갖는 것이 성공에 중요하다는 것을 보인 논문이 있다는 것도 문득 생각난다. 

 

2. 멘탈

 

탁구를 다시 본격적으로 친지 2년 남짓 되었다. 중간에 탁구장 한 곳을 더 다니기 시작했고, 덕분에 실력이 한단계 늘었다.

올해부터는 동호인 대회에 나가볼까 생각하고 있다.

 

한가지 문제는, 실전을 하면 분명 상대와 실력이 엇비슷하거나 적어도 내가 크게 떨어지지 않는데 1세트를 쉽게 말아먹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이는 레슨해 주시는 관장님도 지적하는 문제다. 

 

특히 주로 낯선 상대와 시합할 때 이런 일이 자주 생기는데, 이것도 멘탈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박살내겠다는 자세가 아니라 나보다 잘칠 것이라 지레짐작하고 주춤대며 소극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니 1세트는 그냥 접고 들어가는.

 

3. 선생님

 

위 에피소드 말고도 (나 말고도 다른 제자들도 비슷하게 공유하는) 선생님께 보고 들은 이야기들은 많은데 

 

- 다른 이의 연구에 대해서는 일단 믿어주고 리스펙하는 자세를 가지라는 것

- 아주 작은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도 오랜 시간 정성과 수많은 피땀눈물 노력을 들여야 한다는 것

- 운동선수가 하나의 정타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백번의 연습이 필요하듯, 꼼수 같은걸로 어떻게 해보려 들지 말고 꾸준히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

 

그런 말씀들이 떠오른다.

 

구도자처럼 연구하시며 사시는 선생님께는 크게 못미치는 옛 학생이라 늘 민망하고 죄송한 마음이지만 

그래도 선생님 학생이었던 것, 젊었을 때 선생님께 보고 듣고 배운 것들은 참 오래 마음 속에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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