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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5

1. 연구자들 중에 보면 정말 장인 정신을 갖고 한 가지 연구주제를 수년씩 오래도록 깊게 깊게 파고 드는 이들도 있는 반면, 여러가지 주제에 폭 넓게 관심을 갖고 이것저것 연구하는 이들도 있다. 나는 후자쪽이다. 그나마 나는 '국제무역'이라는 큰 틀 안에서 이거해볼까 저건어떤가 깨작깨작 관심을 갖는 편이지만, 그런 구역조차도 없이 넘나드는 엄청난 분들도 있다. 그래도 한국의 입시제도와 대학시절, 그리고 박사유학까지 넘긴 것을 보면 집중력이나 근성이 없지는 않을텐데, 어떤 주제 하나를 수년씩 계속 파고 드는건 나한테는 쪼오까 힘든일이지 싶다. 2. 석달동안 연구 아이디어를 두어개 생각해 초기 작업을 준비중이다. 하나는 외국자본의 유입과 기술혁신, 또다른 하나는 코로나-19 팬데믹과 해외투자에 관한 것들이다..

잡기장 2021.12.05

헤아려 본 슬픔

2021.11.30 헤아려 본 슬픔 (C.S.Lewis) Link 내키는대로, 대중없이, 손에 잡히는대로, 읽고 싶은 만큼, 책들을 읽고 있다. 굳이 모든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질 필요 없다. 읽기 시작한 책을 기간 내에 다 읽어야 하는 숙제도 없다. 다만, 마치 헌책방의 중고책 "수학의 정석"들이 대개 집합론 부분만 손때가 묻어 있듯, 계속 책들을 앞에만 좀 읽고 던져 두지는 말아야겠다. 물론 그렇게 읽어도 책 읽은체 하는데는 문제 없다. 어제 H 박사님이 (교회다니시는 독실한 분이시다.) 내 연구실에 놀러 오셔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함께 훑다가 C.S.루이스의 책들을 보시고는 잠시 이 책, '헤아려 본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오늘 퇴근하고서 무얼 좀 읽어..

수출을 통한 학습: 실험연구

Exporting and Firm Performance: Evidence from a Randomized Experiment (David Atkin, Amit Khandelwal, Adam Osman 2017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논문 링크: Link 리서치비틀: Link 1. 남이 보든 안보든 어쨌든 대중들이 보는 공간에 논문 요약을 올리는거라 너무 복잡하지 않고 그런 논문은 나도 읽기 싫다 그러면서도 어느정도 흥미를 끌 수 있고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논문들을 골라야 하는데, 사실 무역 논문들 중에 그런게 많지 않다. 어쨌든 국제무역은 축약형 실증분석 보다는 구조적 추정, 복잡한 계산들이 들어가는 논문들이 주류인 필드라... 이 논문은 요새 응용미시/개발경제학에서 많..

교감 해설 징비록

교감 해설 징비록 (류성룡 저, 김시덕 역해) 해제 - 『징비록』과 동아시아 1 『징비록』, 동아시아의 베스트셀러 - 징비록의 저자 류성룡은 임진왜란의 인과관계와 상세한 진행은 물론 본인을 포함한 여러 개인의 전쟁 체험에 이르기까지 냉철한 태도를 유지하며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상황을 기록했다. ... 자신의 고통을 소리 높여 외치기는 쉽지만, 그 고통을 객관화 해서 모두가 나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전달하기는 어렵다. 그 지난한 보편화의 과정을 거쳐 탄생한 "징비록"은 전근대 동아시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힌 조선의 책이 되었다. - 세계사적 관점에서 "징비록"이 갖는 가장 중요한 의미는 이 책에 담긴 내용이 진실되다거나 불편부당하다는데 있지 않다. ... 이처럼 인간적인 측면까지 포함해서 류..

20211122

- 세종살이도 세달이 다되어 간다. 가끔씩 주말에 뭐하냐고, 심심하지 않냐고 주위에서 물으시는데 탁구 치고 연구실 소파에 누워 하나가득 갖다놓은 책들 읽고 저녁에 성당 일 조금 도와주고 하니 그다지 심심할 일은 없다. 세종은 심심하고 서울이 좋다고 하는 분들이 많지만, '심심한건 해결 가능하지만 북적대고 시끄러운건 피할 방법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나한테는 세종이 서울보다 낫다. 천성이 그런건지 아니면 그렇게 살아온건지는 모르겠지만 자극적인 것들 피하고 조용하고 담담하게 사는게 내게는 좋은 것 같다. - 주말에 연구실 소파에서 책 읽다 든 생각인데, 문사철 쪽 인문학 책들은 소파에 누워서 빈둥대며 읽을 수 있는데 경제학이나 다른 사회과학 서적은 절대 그렇게 안되는 것 같다. 때로는 연구실 탁자에 몇 권 올..

잡기장 2021.11.21

20211107

1. 서울 출장을 갔다왔다. 토요일에는 오전 내내 자다가 오후에 겨우 일어나 탁구 치러 갔다. 출근 단 두 달 만에 직장인 다 됐구나 생각했다. 그래도 레슨 단 두 달만에 빠른 속도로 탁구 실력이 붙는 것 같아 만족스럽다. 반 년 정도 탁구만 더 치다가 다음에는 테니스로 옮겨봐야겠다. 2. 혼자 조용히 끄적대는 블로그인데 가끔 방문자 수가 꽤 높게 나올 때가 있다. 어디 홍보한것도 아닌데 어디서 어떻게 알고 들어오는 분들인지, 어디 SNS에 좌표 찍혔나... 생각한다. 검색어 유입도 가끔 확인하는데 '미국 세탁기'가 있어서 혼자 빵 터졌다. 미국 세탁기 찾다가 제 블로그 누르신 분, 필요한 정보를 올린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방문객 중에 같은 연구소 사람들이 있을수도 있고, 동종 업계 사람들도 제..

잡기장 2021.11.07

미중무역전쟁: 중국, 또 다른 한 축

Illuminating the Effects of the US-China Tariff War on China’s Economy (Davin Chor and Bingjing Li 2021 NBER Working Paper Link) Anxiety or Pain? The Impact of Tariffs and Uncertainty on Chinese Firms in the Trade War (Felipe Benguria, Jaerim Choi, Deborah Swenson, and Mingzhi Xu 2020 NBER Working Paper Link) 리서치비틀: Link 미중무역전쟁에 대한 논문 정리는 이 정도면 된 것 같다. 둘 다 중요한 연구 문제를 다루었고, 연구방법론도 최근 연구에 걸맞는 방법론을..

스페인 내전

2021.10.31 스페인 내전 (앤터니 비버 지음, 김원중 옮김) Link 11월에는 스페인내전, 그리고 중일전쟁에 관한 책들을 조금 더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한다면 김시덕 역 교감 해설 징비록도. ======================================================== 서문 - 생텍쥐페리는 '내전은 전쟁이 아니라 병이다. 적이 내 안에 있고 사람들은 거의 자기 자신과 싸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936년 시작된 스페인의 비극은 그 이상이었다. - 양 극단에 위치한 두 정치세력이 서로 상대편을 종말론적으로까지는 아니라도 무시무시한 모습으로 이미지를 조작함으로써 자신들의 힘을 키웠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었다. - 새로운 이데올로기에 내포된 분역적 성격이 형제들을 ..

20211023

1. 백신 2차 접종을 했다. 역시 듣던대로 1차보다는 빡세다. 이틀 정도는 몸살에 시달리다가 이제 겨우 좀 살 것 같다. 2. 출근 두 달이 지났건만 아직도 스스로가 학생 같다는 생각은 벗을 수가 없다. 행동하는거나 생각하는거나... 어쩌면 학생 티를 벗기 싫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며칠 전에 모 선배 교수님과 밥 먹다가 '생활인'이라는 단어를 대화 중에 두어번 들었는데 귀에 박혔다. 3. 일종의 배려 기간을 누리고 있지만 마음이 마냥 편할 수는 없다 신병대기기간. 될지 안될지는 모르겠지만, 머릿속으로는 계속 두어개 정도의 연구 주제를 어떻게 연구소 수시과제로 (혹은 안되면 그냥 개인과제로) 시도해 볼 수 있을지 궁리 중이다. 박사과정 때야 '논문으로서 시도 할 가치가 있는 주제'인지, 그리고 '연구 방..

잡기장 2021.10.23

보호무역시대로의 회귀

The Return to Protectionism (Pablo Fajgelbaum, Pinelopi Goldberg, Patrick Kennedy, Amit Khandelwal 2020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리서치비틀 Link 논문 Link 비전공자를 위한 요약 Microeconomic Insights, Voxeu 어쩌면 약간 식상하고 이미 흥미가 떨어질 수 있지만, 그래도 최근에 미중무역전쟁과 관련해서 앞서 소개한 Flaaen, Hortacsu, Tintelnot의 논문과 더불어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논문이기에 요 논문 까지는 리서치비틀에 정리글을 올리고서는 주제를 바꿔보려 한다. 저자 넷 중 박사과정 학생인 Patrick Kennedy를 제외하고 나머지 셋은 모..